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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

새벽 두 시

장애가 끝난 날 밤, 나는 새벽 두 시에 깼다.

마지막 수정 2026-11-06 · 책으로 읽기

장애가 끝난 날 밤, 나는 새벽 두 시에 깼다.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런데 심장이 빨리 뛰었다. 복도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꿈을 꿨다는 사실만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나는 거실로 나가 불을 켰다. 현관문은 잠겨 있었다.

휴대전화에는 새 메시지가 없었다. 확인하고도 다시 열었다. 회사 대화방도 봤다. 서비스는 정상이었다. 정상이라는 숫자를 보고도 몸이 안심하지 않았다.

서연이 나왔다. 나는 잠깐 깼다고 했다. 그녀는 물을 따라 내 옆에 앉았다. 이유를 묻지 않았다. 나는 그 덕분에 이유를 말할 수 있었다.

“문을 밀면 걔가 뒤에 있는데, 내가 돌아볼 수가 없어.”

내가 말했다.

서연은 내 손을 봤다. 주먹을 쥐고 있었다. 그녀가 손등 위에 손을 올렸다. 나는 천천히 폈다.

“자꾸 내가 더 빨랐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현장에서는 빨랐잖아.”

“그전부터.”

나는 말했다. 처음 전화가 왔을 때, 검은 봉투를 봤을 때, 도윤이 잠을 못 잔다고 했을 때. 어느 지점에서 더 잘했으면 다음 장면이 바뀌었을 것 같았다.

서연은 한참 듣더니 말했다.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면 아무도 어디에도 못 가.”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맞는 말은 늘 내 감정을 따라잡는 데 시간이 걸렸다.

다음 날 회사에서 성호와 우연히 마주쳤다. 그는 나도 잠이 잘 오느냐고 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했다. 성호도 그렇다고 했다. 그날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 중 아무 일 없던 사람은 없었다.

그는 회사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상담 안내를 전달해 줬다. 본인도 문의했다고 했다. 나는 고맙다고 했다. 안내문을 바로 열지는 않았다. 그래도 지우지 않았다.

점심때 준서가 컵을 떨어뜨렸다. 깨지는 소리에 내가 너무 크게 돌아봤다. 사람들의 시선이 잠깐 모였다. 나는 괜찮다고 말하려다 멈췄다.

“조금 놀랐네요.”

그렇게 말했다. 별일 아닌 말인데 얼굴이 뜨거워졌다. 내 상태를 남들 앞에서 설명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유진은 종이 타월을 가져왔고 준서는 컵 조각에 손대지 않았다. 우리는 바닥을 정리하고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누구도 나에게 왜 그렇게 예민하냐고 묻지 않았다.

그날 오후 나는 상담 안내문을 열었다. 예약 가능한 시간을 확인하고 달력에 넣었다. 장애 분석표에 적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일이 아닌 것은 아니었다.

저녁에 도윤과 통화하면서 그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다. 아직은 내가 먼저 내 상태를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다. 그가 권하면 그때는 이미 예약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날 밤도 잠이 한 번 깼다. 나는 다시 문을 확인하려다가 물을 마시고 침대로 돌아왔다. 서연의 숨소리를 들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빨리 잠들었다.


도윤의 어머니가 집에 다녀오셔야 한다고 했다.

오래 비워 둔 집과 약을 받으러 갈 날짜 때문이었다. 친척이 병원에 와 주기로 했지만 시간 사이에 몇 시간이 비었다. 나는 주말 오후를 비워 병원에 갔다.

도윤은 혼자 있어도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병 뚜껑을 열다가 놓쳤다. 내가 주워 줬다. 그는 고맙다고 말한 뒤 다른 쪽을 봤다.

도움을 받는 것에도 익숙함이 필요했다.

그날 그는 처음으로 긴 복도 끝까지 걸었다. 중간에 두 번 쉬었다. 창문 아래 의자에 앉아 밖을 보았다. 길 건너 편의점으로 사람들이 들어갔다. 도윤은 삼각김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지금 먹어도 돼?”

내가 물었다.

“아직은 안 돼.”

“그럼 나도 안 먹을게.”

“그 말 하니까 더 먹고 싶네.”

나는 웃었다. 도윤은 웃지 않으려고 입술을 물었다. 회복은 그런 사소한 욕심으로도 표시됐다.

병실로 돌아와 그가 잠든 동안 나는 어머니의 수첩을 봤다. 펼쳐 놓은 페이지에 적힌 항목들이 보였다. 약 시간. 식사 양. 걸은 횟수. 물어볼 것. 아들의 일을 이해할 수 없을 때 어머니는 숫자와 문장으로 곁에 계셨다.

도윤이 눈을 뜨고 내 시선을 따라갔다.

“엄마가 너무 걱정해.”

“걱정할 만하지.”

“여기까지 오게 해서.”

나는 수첩을 덮지 않았다. 내 물건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네가 전화 안 했으면 더 힘드셨을 거야.”

도윤은 말이 없었다. 잠깐 뒤 천장을 보며 말했다.

“엄마가 기사 스크랩했더라.”

나는 가만히 들었다.

“표창 받은 거. 동네 사람들한테 보여 줬대.”

도윤은 눈을 감았다.

“그냥 자랑으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네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하기에는 이미 여러 번 했던 말이었다. 같은 말이 필요할 수도 있었지만, 그날은 그냥 곁에 앉아 있었다.

저녁에 서연과 지우가 잠깐 왔다. 지우는 병실 밖에서 인사만 했다. 도윤은 손을 흔들었다. 아이가 그를 조금 무서워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회사에서 듣던 내 말을 집에서 들었을 것이다.

돌아가는 길에 지우가 물었다.

“아빠 친구가 아빠 구해 준 사람이야?”

나는 그렇다고 했다.

“아빠가 맨날 짜증 난다고 했던?”

나는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을 줬다. 서연이 내 쪽을 보았다.

“응. 같은 사람이야.”

지우는 창밖을 봤다.

“그럼 좋은 사람이야, 나쁜 사람이야?”

나는 신호가 바뀔 때까지 대답하지 못했다.

“좋은 일 한 친구야. 아빠한테 짜증 나게 할 때도 있고.”

“나도 좋은데 숙제 안 하잖아.”

지우가 말했다.

나는 웃었다. 단순한 비유였지만 틀리지 않았다.

집에 와서 아이가 그린 그림을 도윤에게 보냈다. 침대에 누운 사람과 옆에 선 사람 둘이었다. 팔이 비정상적으로 길었다. 글씨는 삐뚤었다. ‘빨리 나으세요.’

도윤의 답장은 오래 걸렸다.

〈지우한테 고맙다고 해 줘.〉

그리고 조금 뒤 또 왔다.

〈아빠 욕 좀 그만하라고도 하고.〉

나는 웃으며 답했다.

〈네가 잘하면 돼.〉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길 수 없는 대화에는 답을 하지 않는 버릇도 아직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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