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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장

접근 경로

민재가 그날 건물 안에 있었던 이유는 한 줄로 정리되지 않았다.

마지막 수정 2026-11-06 · 책으로 읽기

민재가 그날 건물 안에 있었던 이유는 한 줄로 정리되지 않았다.

남 형사가 알려 줄 수 있는 범위와 회사가 자체 확인한 내용이 모이면서 윤곽이 나왔다. 그는 예전 출입 경험을 이용했고, 다른 사람의 현장 일정에 기대어 움직였다. 후문에서 발견된 문제와 그의 행동 사이도 조사하고 있었다. 누구의 실수 하나로 설명하면 쉬웠지만 사실은 여러 느슨한 확인이 겹쳤다.

도윤은 병실에서 그 설명을 들었다. 나도 함께 있었다.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필요한 부분을 메모해도 되는지 물었다. 남 형사는 가능하다고 했다.

수사팀은 익명 제보와 협박, 회사 접근, 현장 폭력 사이의 연결을 정리하고 있었다. 특정된 부분과 아직 다투는 부분이 있었다. 민재의 신병은 확보돼 있었고, 우리가 직접 범인을 찾으러 나갈 일은 끝났다. 이후 절차가 곧바로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도윤은 수빈의 상황을 물었다. 남 형사는 본인의 동의 없이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필요한 대응을 이어 가고 있다고 했다. 도윤은 알겠다고 했다.

면담이 끝난 뒤 회사에서는 사고 검토 회의를 열었다. 나는 참석 전에 직원 보호 조치와 업무 지속 문제를 별도 항목으로 나눠 달라고 요청했다. 사람이 다친 일이 단순한 출입 사고로 줄어들고 싶지 않았다.

성호는 당일 대응 기록을 가져왔다. 후문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정문 대기 인력을 분산한 판단도 검토 대상에 올렸다. 그는 자기 판단을 숨기지 않았다.

“당시에는 두 상황이 연결돼 있다는 걸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의 눈으로 그때의 사람을 심판하는 것은 쉬웠다. 그렇다고 개선할 부분을 없던 일로 할 수도 없었다.

우리는 연락 지연, 외부인의 동선, 현장 인력 확인, 직원 대기 장소를 다시 정리했다. 누군가 책임을 피하려고 긴 문장을 쓰면 나는 구체적인 행동을 물었다. 도윤이 늘 하던 질문이었다.

하지만 ‘왜 안 했습니까’ 대신 ‘그때는 무엇을 알고 있었습니까’라고 물으려고 애썼다. 대답이 달랐다. 사람들은 덜 방어했고, 모르는 부분도 말하기 시작했다.

회의 뒤 성호가 나를 불렀다.

“도윤 씨한테 미안하다고 전해 주세요.”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직접 말씀하시면 좋겠습니다. 도윤이가 싫다고 하면 그때는 기다려 주시고요.”

성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에 내용을 전하자 도윤이 말했다.

“보안실 탓하려던 건 아니야.”

“알아. 그래도 본인은 마음이 남겠지.”

“너는?”

그 질문에 나는 잠깐 멈췄다.

“나도 남아.”

도윤은 눈을 내렸다.

“나도.”

우리는 서로에게 남은 것을 지워 주겠다고 하지 않았다. 그런 약속은 지킬 수 없었다.

그날 밤 나는 사건 메모를 덮고 지우와 수학 문제를 풀었다. 아이가 두 번 틀렸다. 나는 답을 말하지 않고 어디서 헷갈렸는지 물었다. 지우가 종이에 선을 그었다. 생각보다 간단한 곳에서 길을 잘못 들고 있었다.

나는 다시 처음부터 하라고 하지 않았다. 헷갈린 지점부터 같이 봤다.

회사의 접근 경로도, 사람의 오해도, 그렇게 작은 갈림길에서 시작되는 것 같았다.


삼 주째가 되자 사람들은 도윤이 없는 회의에 익숙해졌다.

처음 며칠은 누군가 그를 떠올리는 말을 했다. 팀장님이면 이렇게 하셨을 것 같다. 팀장님께 확인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제는 내게 바로 물었다. 나는 그 변화가 편하면서도 불편했다.

업무는 계속 돌아갔다. 도윤이 없어도 회사는 멈추지 않았다. 그가 돌아왔을 때 무엇을 느낄지 생각했다. 필요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을까. 잘 버텨 줘서 다행이라고 할까. 둘 다일지도 몰랐다.

목요일에 윤 부장이 내게 말했다.

“해 보니까 잘하네. 분위기도 부드럽고.”

나는 기분이 좋았다. 그런 뒤에 기분이 좋았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다. 칭찬은 친구의 부재 위에 놓여 있었다.

부장은 도윤이 회복에 시간을 충분히 쓰게 하자고 했다. 그 말은 옳았다. 하지만 이어서 조직 개편 때 역할을 다시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 부분에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 팀장 복귀 일정이 먼저 정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말했다.

부장은 별뜻 아니라고 했다. 별뜻 없는 말이 사람을 가장 오래 생각하게 했다.

병원에 가는 길에 빈손이 어색해 신문을 샀다. 도윤은 신문을 잘 보지 않았다. 나는 편의점 앞에서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도 들고 갔다.

도윤은 신문을 받고 첫 장을 펼쳤다.

“너 이런 거 읽냐?”

“오늘부터.”

그는 웃었다.

나는 병실 의자에 앉아 회사 이야기를 했다. 새로 나눈 업무, 정리한 연락망, 준서가 맡은 검토. 도윤은 질문을 했다. 이번에는 평가가 아니라 자신이 모르는 시간을 따라오는 질문이었다.

“유진이 부담 많지 않아?”

“그래서 일부는 내가 다시 가져왔어.”

“너도 원래 일 있잖아.”

“준서가 조금씩 하고 있어.”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침묵한 뒤 그가 물었다.

“나 없어도 잘 돌아가네.”

나는 그를 봤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돌아가야지.”

내가 말했다.

도윤의 얼굴이 굳기 전에 덧붙였다.

“네가 없어도 돌아가게 해 놓은 것도 네 일이잖아.”

그는 신문을 접었다.

“좋게 말한다.”

“반쯤은 진짜야.”

“나머지 반은?”

“우리도 고생했다는 거.”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나는 윤 부장 이야기를 전하지 않았다. 숨긴 것인지, 아직 전달할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인지 자신할 수 없었다. 다만 친구가 병상에서 조직 개편을 상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서연에게 말했다. 부장이 나를 칭찬해서 좋았고, 그것이 찜찜하다고.

서연은 한참 듣더니 말했다.

“친구가 다쳐서 좋았던 건 아니잖아. 당신이 한 일 인정받아서 좋았던 거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도윤 씨 걱정이 가짜가 되는 건 아니고.”

마음에도 사실과 추측을 나눌 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은 칸 안에 얌전히 들어가지 않았다.

다음 날 나는 팀 회의에서 유진과 준서가 처리한 일을 구체적으로 말했다. 내게 온 칭찬을 전부 나누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누가 무엇을 했는지 이름을 남기고 싶었다.

빈 의자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그 의자가 없어도 우리는 일했다. 그렇다고 그 의자에 앉았던 사람이 지워진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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