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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악당사진 밖

제9장

사진 밖

도윤은 집에 들어가기 전에 한 번씩 돌아봤다.

마지막 수정 2026-11-06 · 한 번에 펼쳐 읽기

도윤은 집에 들어가기 전에 한 번씩 돌아봤다.

나중에 그가 직접 말해 준 버릇이었다. 엘리베이터 거울을 보고, 현관문 앞에서 발소리를 듣고, 도어록을 누르기 전에 뒤를 봤다. 아무도 없으면 안심해야 했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잠을 잘 못 잔다는 말을 처음 한 날은 비가 왔다. 우리는 회사 지하 식당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었다. 직원들이 빠진 식당에는 수저 정리하는 소리만 났다.

“몇 시간 자는데?”

“자는 건 자.”

“몇 시간.”

도윤은 웃었다.

“너 나 같네.”

나는 수저를 내려놓았다.

“그렇게 돌려 말하면 기분 나쁘지?”

그는 웃음을 거뒀다. 잠깐 뒤에 세 시간쯤이라고 했다. 연속해서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부인과는 몇 년 전에 헤어졌고 아이는 없었다. 우리는 그때도 같이 일했다. 이혼한 날과 장애가 난 날이 겹쳤다. 도윤은 새벽까지 로그를 보고 다음 날 아침에 법원에 갔다. 나는 점심에 그 사실을 알았다. 그는 그때도 일에 지장 없다고 했다.

“회사 말고 누구한테 얘기해?”

“엄마한테는 못 하지.”

어머니는 지방에 혼자 사셨다. 아들이 표창을 받았다는 기사만 보고 동네 사람들에게 자랑했다고 했다. 그는 사진을 보내 드리고 봉투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병원이라도 가 봐.”

내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갈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더 확인하지 않았다.

오후에 남 형사에게서 새 소식이 왔다. 민재와 연락이 닿았고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익명 제보는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공개된 장소에서 마주친 일이 있을 뿐이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했다. 우리가 확보한 내용 중 확인되는 부분과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나뉘어 있었다.

“이 정도 했는데도 아니라고 하면 끝입니까?”

도윤이 물었다.

“끝난 게 아닙니다. 지금 확인하고 있습니다.”

남 형사는 같은 말을 차분하게 반복했다. 나는 그 차분함이 고맙기도 하고 미워지기도 했다. 급한 사람에게는 침착한 사람이 멀게 보였다.

도윤은 통화가 끝난 뒤 표창식 사진을 내려다봤다.

“그냥 신고만 하고 빠질걸.”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들었다.

“그때 빠질 수 있었어?”

“모르지.”

“너는 못 했을 것 같은데.”

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사진에서 잘린 부분을 생각했다. 로비에 내가 함께 있었는데 제보 사진에는 없었다. 단순히 두 사람만 강조하려고 잘랐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등장한 원본을 찍은 위치를 알면 촬영한 사람의 동선도 조금 좁힐 수 있었다.

우리는 보안실에 이미 보존을 요청한 당시 기록의 검토가 가능한지 물었다. 성호는 직접 관련된 범위 안에서 수사 담당자와 확인하겠다고 했다. 화면을 마음대로 복사해 줄 수는 없다고 했다.

도윤은 예전 같으면 답답해했을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가 조금씩 참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십 분 뒤 그는 다시 성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제쯤 답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웃음이 났다. 배우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퇴근 무렵 서연에게 메시지가 왔다. 지우가 수학 문제를 못 풀어 울었다고 했다. 나는 전화를 걸어 내일 같이 보자고 했다. 도윤은 내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듯 가방을 천천히 챙겼다.

통화를 마치자 그가 말했다.

“먼저 가.”

“너는.”

“좀 있다.”

나는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럼 나도 좀 있다.”

그는 왜냐고 묻지 않았다. 나는 그날 그 질문을 듣지 않은 것이 고마웠다.

비는 밤까지 계속 내렸다. 우리 둘은 서로 다른 일을 하며 같은 사무실에 남아 있었다. 화면에는 초록색 원이 여든여섯 개였다. 아무 일도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만 아직 사람이 알아차린 장애는 없었다.


사진을 찍은 사람은 로비 안에 있지 않았다.

그 사실은 성호가 수사 담당자와 확인한 뒤 알려 주었다. 외부 출입문 너머에서 촬영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제보 사진에 잡힌 기둥과 바닥선이 맞았다. 누구나 서 있을 수 있는 곳이었다.

대신 다른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 수빈이 건물을 떠난 직후, 작업복 차림의 남자가 후문 쪽으로 들어왔다. 얼굴이 뚜렷하지 않았고 도윤을 따라온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당시 방문 목적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날 후문 출입 기록에는 설비 확인 두 건과 물품 반입 세 건이 있었다. 민재의 이름은 없었다. 도윤은 누군가 대신 이름을 올린 것 아니냐고 했다.

성호는 그런 결론을 먼저 내리지 말자고 했다.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해서 기록 밖의 모든 사람을 의심할 수는 없었다.

주말 동안 회사는 출입 절차를 점검했다. 우리 사건만을 위한 조치는 아니라고 공지했다. 공사 중 바뀐 동선과 방문 확인 절차를 다시 안내했다. 그 공지를 읽고 나는 두려움이 조직에 들어오면 문장이 어떻게 변하는지 생각했다. 누구도 이름을 쓰지 않았지만 모두 누구 때문인지 알았다.

월요일에는 협력사 직원 한 명이 우리를 피해 인사를 했다. 임시 출입 승인이 늦어져 작업이 밀렸다고 했다. 도윤은 죄송하다고 말했다. 직원은 괜찮다고 했지만 눈을 맞추지 않았다.

“쓸데없이 일이 커지네.”

도윤이 낮게 말했다.

나는 그 말이 민재에게 하는 말인지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물을 수 없었다.

그날 오후 준서가 기억 하나를 가져왔다. 식당에서 말을 걸었던 남자가 자기 명찰을 봤다는 것이었다. 준서는 회사 후드 집업 안에 사원증을 걸고 있었고, 줄을 밖으로 빼 놓았다고 했다.

“어디 팀이냐고 먼저 물은 게 아니라, 통합운영팀이면 강 팀장님하고 같이 일하느냐고 했어요.”

우리는 그 차이를 적었다. 남자는 팀 이름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준서의 사원증을 읽었을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인지 준서는 확신하지 못했다.

“확신 안 해도 돼.”

내가 말했다.

도윤이 이번에는 덧붙였다.

“기억나는 만큼만 적어 주세요.”

준서는 종이를 받아 갔다. 나는 도윤을 보고 일부러 칭찬하지 않았다. 어린아이 다루듯 하고 싶지 않았다.

퇴근 뒤 우리는 회사 앞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도윤은 안쪽 자리에 앉았다가 출입문이 잘 보이는 자리로 옮겼다. 나는 모르는 척 국을 저었다.

“너한테 온 문자는 더 없고?”

그가 물었다.

“응.”

“서연 씨는?”

“걱정하지.”

“미안하다고 전해.”

“네가 직접 전화해. 미안하다는 말보다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

도윤은 전화기를 내려다봤다. 설명은 잘하는 사람인데 안심시키는 설명은 서툴렀다.

그때 식당 주인이 우리를 알아봤다.

“표창 받으신 분 맞죠?”

도윤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일 하셨네요. 저번에 어떤 분도 여기서 찾으시던데.”

내 수저가 그릇에 닿았다.

“누가요?”

주인은 동네 지인인 줄 알았다고 했다. 언제 오느냐고 묻기에 저녁은 일정하지 않다고 답했다고 했다. 사진이 있느냐고 도윤이 물으려는 순간 내가 먼저 말했다.

“혹시 그때 이상한 얘기는 안 했나요?”

“아뇨. 옛날 같이 일했다고만.”

옛날 같이 일했다. 거짓말일 수도, 짧게 스친 현장 하나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 한마디에 사람들은 경계를 풀었다.

우리는 필요한 내용을 남 형사에게 전했다. 밥은 거의 남았다. 식당 주인은 반찬에 손을 대지 않은 것을 보고 맛이 없었냐고 물었다.

도윤은 아니라고 했다. 두 번 말했다.

밖으로 나오자 공원 가는 길에 가로등이 켜져 있었다. 도윤은 그쪽을 보지 않고 주차장으로 걸었다. 정해진 길을 좋아하던 친구가 길을 바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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