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교대표
나는 목요일에 일찍 퇴근할 예정이었다. 지우의 학교 상담 때문이었다. 비상 대응은 유진이 맡기로 했고, 도윤에게도 말해 뒀다.
나는 목요일에 일찍 퇴근할 예정이었다. 지우의 학교 상담 때문이었다. 비상 대응은 유진이 맡기로 했고, 도윤에게도 말해 뒀다. 교대표에는 사유를 적지 않고 ‘오후 시간 조정’이라고만 표시했다.
수요일 밤에 문자가 왔다.
〈내일은 일찍 가시네요.〉
나는 화면을 보고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사람은 자기가 두려워하는 만큼 이야기를 빠르게 완성했다. 우리 팀 안에 누군가 있다. 오늘 바뀐 일정을 아는 사람이다. 불과 십 분 전까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는 도윤을 말리고 있었다.
전화기를 든 채 그에게 전화했다.
“누가 일정표 봤냐?”
내 목소리를 듣고 도윤이 조용해졌다.
“일단 남겨. 무슨 내용인지 보내 줘.”
“누가 봤냐고.”
그는 대답 대신 내가 했던 말을 돌려줬다.
“하나씩 보자.”
그 말이 싫었다. 맞는 말이라 더 싫었다.
서연에게 알리고 남 형사에게 전달했다. 다음 날 학교 방문은 취소하지 않았지만, 혼자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 나는 아내의 표정을 보며 내가 아는 사실과 모르는 사실을 나눠 말했다. 서연은 무섭다고 했다. 나는 이번에는 나도 그렇다고 대답했다.
회사에 가자 도윤이 회의실에 종이를 펼쳐 놓고 있었다. 교대표가 전달되는 경로였다. 내부 공유, 비상 대응 담당 안내, 외부 작업 일정 회신. 내 시간 조정은 첫 두 곳에만 있었다.
유진은 화면을 보자마자 말했다.
“시간 바뀐 거 제가 시설 일정 담당한테도 말했어요. 목요일 점검 회의에 차장님 못 들어오신다고.”
“누구한테?”
내 질문에 그녀가 나를 봤다. 나는 그 눈빛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어제까지 우리가 도윤에게 지적하던 얼굴을 내가 하고 있었다.
“정 과장님께요. 업무 일정 조정이니까요.”
유진은 또박또박 말했다.
“그게 문제가 있나요?”
“아니. 미안해.”
나는 바로 대답했다. 미안하다고 말해도 이미 나간 질문은 남았다.
태식은 시설 점검 시간표를 출력해 현장 게시판에 붙였다고 했다. 우리 팀 이름과 담당자 이름, 참석 불가 시간만 적힌 종이였다. 전자 문서의 열람 기록을 아무리 봐도 나올 수 없는 경로였다.
누가 그 게시판을 볼 수 있는지 묻자 태식은 그 주의 현장 인력과 관리자를 말했다. 범위가 좁아진 동시에 다시 넓어졌다. 사람들은 자료를 읽고, 기억하고, 사진을 찍고,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있었다. 모든 전달이 기록으로 남지는 않았다.
남 형사는 문자 내용과 일정 변경 시점을 대조하겠다고 했다. 회사는 관련 자료를 보존했다. 우리는 내 번호를 누가 알았는지보다, 바뀐 시간이 어디에 노출됐는지를 먼저 정리했다.
점심에 유진에게 커피를 샀다.
“아까는 내가 급했어.”
그녀는 컵을 받았다.
“알아요. 그래도 기분은 나빴어요.”
“응.”
“팀장님도 무슨 마음인지는 알겠어요. 오늘 차장님 보니까.”
나는 웃지 못했다. 유진은 웃었다. 나를 놀리려고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이 더 아팠다.
오후에 도윤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내가 업무를 비운 동안 대응할 항목이었다. 연락처와 역할이 빠짐없이 정리돼 있었다.
“학교는 다녀와.”
“고맙다.”
“가는 길에 연락하고. 끝나고도.”
나는 그를 봤다. 그는 내 표정을 보고 덧붙였다.
“보고하라는 게 아니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 상담에서 담임은 지우가 발표할 때 자신 없어한다고 했다. 틀리는 것을 지나치게 무서워한다고 했다. 나는 회사 회의실을 생각했다. 내가 집에서 아이에게 묻던 질문들도 떠올랐다. 왜 아직 안 했니. 분명히 안다고 하지 않았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우가 물었다.
“아빠, 선생님이 나 못한다고 했어?”
나는 차를 신호 앞에 멈췄다.
“아니. 네 얘기를 끝까지 좀 들어 주라고 했어.”
선생님이 정확히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들은 말은 그것이었다.
준서는 자신이 쓴 진술 메모를 다시 가져왔다.
남자가 식당에서 왼쪽에 서 있었다고 적었는데 오른쪽이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자리에 앉아 보니 기억이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그는 종이를 구기듯 잡고 있었다.
“이제 바꾸면 거짓말한 것처럼 보일까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확실하지 않은 부분을 확실하지 않다고 고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준서는 안심하지 못했다.
도윤이 종이를 받아 읽었다. 나는 그가 정확히 생각해 보라고 하지 않기를 바랐다.
“방향은 모른다고 적으면 되겠네요.”
그가 말했다.
준서는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네. 그런데 목소리는 기억나요.”
“그건 따로 적고요.”
도윤이 종이를 돌려줬다. 준서가 나간 뒤 나는 창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칭찬을 하면 도윤이 또 왜 그런 얼굴이냐고 물을 것 같았다.
그는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나도 틀렸잖아. 흰 차.”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우리는 틀린 추측 목록을 별도로 만들었다. 같은 차라고 생각했던 차량. 로비 안에서 찍었다고 생각했던 사진. 사내 게시판만 봤을 거라고 생각했던 작업명. 지워 버리는 대신 남겼다. 나중에 비슷한 단서가 나와도 같은 자리를 다시 돌지 않기 위해서였다.
목록을 만들고 나니 조금 허탈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이 움직였는지보다 얼마나 많이 잘못 봤는지가 보였다.
“이거 남 형사님한테도 보내자.”
내가 말했다.
도윤은 잠깐 망설였다.
“괜히 혼란스럽게 하는 거 아닐까.”
“우리가 뭘 아닌 걸로 확인했는지도 필요하겠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틀린 추측’이라는 파일 이름을 ‘추가 확인 내용’으로 바꾸려다가 그대로 뒀다. 괜히 멋있게 부르면 실패를 덜 기억할 것 같았다.
오후에 남 형사가 자료를 받았다고 했다. 도움이 되는 부분은 참고하고 필요한 것은 다시 확인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그 말을 듣고 조금 실망했다. 쓸모 있었다는 말을 더 크게 듣고 싶었던 것이다.
도윤이 말했다.
“우리가 너무 사건에 매달리나.”
나는 한참 생각했다.
“우리가 아는 거라도 늘어나면 덜 무서울 줄 알아서 그런가 봐.”
“덜 무서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도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자료는 두꺼워졌지만 밤에 들리는 소리가 작아지지는 않았다.
그날은 일찍 퇴근했다.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는 확신은 없었다. 다 하지 못한 채 돌아가도 된다는 연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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