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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악당다음 장

제2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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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이 복귀한 뒤 처음으로 참석한 정식 장애 회의는 다음 주 월요일에 열렸다.

마지막 수정 2026-11-06 · 한 번에 펼쳐 읽기

도윤이 복귀한 뒤 처음으로 참석한 정식 장애 회의는 다음 주 월요일에 열렸다.

그는 여전히 근무 시간을 조정하고 있었다. 회의도 한 번에 오래 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가능한 한 자료를 줄였다. 결론부터 쓰고, 근거는 뒤에 붙였다. 도윤의 취향을 맞추려는 것인지 설명이 나아진 것인지 둘 다인지 알 수 없었다.

이번 안건은 며칠 전 있었던 요청 지연이었다. 서비스 중단은 아니었지만 일부 사용자가 불편을 겪었다. 원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우리는 확인된 취약 지점을 개선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했다.

나는 두 번째 장을 띄웠다.

“원인은 아직 확인 중입니다. 우선 재시도 간격이 한쪽으로 몰리는 부분은 보완할 필요가 있어서—”

“그건 이번 지연하고 직접적인 관계는 없잖아요.”

도윤이 말했다.

회의실이 아주 조금 조용해졌다. 나는 화면 대신 그의 얼굴을 봤다. 친구는 펜으로 자료 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원인 조치하고 예방 조치는 나눠서 말씀하셔야죠.”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한 달 동안 수술실 앞에서 밤을 새웠고, 병실 복도에서 그의 팔을 잡았고, 팀장 자리에 앉아 그의 문장을 내 입으로 말해 봤다. 우리는 고맙다고 했고 미안하다고 했다. 어머니의 반찬을 나눠 먹었고, 아이가 그린 그림을 주고받았다.

그래도 친구는 여전히 내 말을 끊었다.

나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뒤에 나눠 놨어. 끝까지 좀 들어.”

평소 회의라면 쓰지 않았을 반말이었다. 준서의 손이 멈췄다. 유진은 화면을 보고 있었다.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도윤은 나를 보고 다음 장을 넘겼다.

‘원인 확인 항목’과 ‘별도 예방 개선안’이 나란히 있었다. 제목도 색도 달랐다. 처음 장애 회의 때와 같았다.

“그러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하셔야죠.”

그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들고 천장을 한 번 봤다. 정말이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방금 원인 확인 중이라고 했어.”

내가 말했다.

도윤은 펜을 돌리다가 멈췄다. 그리고 자료 첫 줄을 다시 읽었다.

“했네.”

그가 말했다.

회의실에서 누군가 짧게 웃었다. 도윤이 고개를 들자 모두 자료를 보는 척했다. 그는 나를 보았다. 나도 그를 봤다.

“계속하세요.”

이번에는 기다렸다.

나는 예방 개선안의 영향과 검증 계획을 설명했다. 도윤은 관련성을 다시 묻지 않았다. 대신 변경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물었다. 필요한 질문이었다. 나는 준비한 답을 했다. 모르는 부분은 검증 후 확인하겠다고 했다.

준서가 추가 의견을 냈다. 도윤은 질문을 하려다 한 번 멈췄다. 준서가 설명을 끝내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 나는 그 짧은 멈춤을 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봤는지 몰랐다.

회의가 끝난 뒤 도윤이 나를 불렀다.

“아까는 내가 좀 빨리 말했네.”

나는 노트북을 닫았다.

“좀.”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꼭 그렇게 받아야겠냐.”

“네가 가르쳤지. 정확하게 말하라고.”

도윤이 한숨을 쉬었다. 나는 웃었다. 그도 아주 조금 웃었다.

회의실 밖에서 유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오신 게 실감 나네요.”

그녀가 말했다.

“그렇죠?”

“그래도 오늘은 다음 장 보시던데요.”

나는 회의실을 돌아봤다. 도윤은 탁자에 남은 물병을 정리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두고 간 병까지 챙겼다. 누가 부탁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모니터 아래에 놓인 그의 손을 봤다. 수술 상처는 셔츠 안에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가 내게 준 상처도, 나를 살리려고 움직였던 순간도 마찬가지였다.

둘 중 하나만 기억할 필요는 없었다.


점심은 국밥이었다.

도윤은 아직 양을 많이 먹지 못했다. 우리는 매운 양념을 따로 달라고 했다. 주인은 그가 돌아온 것을 반가워했다. 왜 한동안 안 보였느냐고 묻다가 도윤의 표정을 보고 더 묻지 않았다.

국이 나오자 도윤은 깍두기 접시를 내 쪽으로 밀었다.

“너 먹어.”

“넌 안 먹냐.”

“조금만.”

나는 하나를 덜어 그의 앞에 놓았다. 나머지는 내 쪽으로 가져왔다. 십칠 년째 같은 식탁에서 해 온 일이었다.

우리는 오전 회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게 어색했다. 따질 것이 남아 있는데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밥을 먹는 건가 싶었다. 곧 깨달았다. 모든 점심이 화해의 자리가 될 필요는 없었다.

도윤은 지우가 몇 학년이냐고 물었다. 나는 이미 여러 번 알려 줬다고 했다. 그는 학년이 자꾸 바뀌지 않느냐고 했다. 나는 해마다 한 번씩은 바뀐다고 대답했다.

그가 웃었다. 이제 웃고 바로 배를 잡지는 않았다.

잠깐 뒤 도윤이 말했다.

“엄마가 네 얘기 많이 해.”

“뭐라고.”

“성격 좋다고.”

나는 수저를 내려놓았다.

“어머니는 정확하시네.”

도윤이 코로 웃었다.

“회사에서도 너한테 좀 배우래.”

“배워.”

“네가 나한테 배울 것도 있고.”

“알아. 이미 한 달 동안 배웠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국을 한 숟갈 먹었다. 그 짧은 대답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먼저 말했다.

“그렇다고 네가 다 맞았다는 뜻은 아니고.”

“누가 그랬냐.”

도윤이 대답했다.

우리는 국밥을 먹으며 오래된 말다툼을 조금씩 했다. 이번에는 누가 이겨야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서로가 어디에서 불편해지는지 조금 더 빨리 알았다. 알면서 건드릴 때도 있었다.

식당에서 나오는 길에 도윤이 계산하려 했다. 나는 먼저 카드를 냈다.

“오늘은 내가.”

“임시 팀장 수당 받았다고?”

“그런 셈 치자.”

그는 카드를 넣었다. 다음에는 자기가 사겠다고 했다. 다음이 있다는 말은 그날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회사 앞 횡단보도에서 우리는 신호를 기다렸다. 도윤은 길 건너 주차된 차를 한 번 봤다. 나는 그가 시선을 거두기까지 기다렸다.

“아직 그러냐.”

내가 물었다.

“가끔.”

“나도.”

도윤이 나를 봤다.

“상담은?”

“예약했어.”

“언제.”

나는 날짜를 말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꼭 가라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나는 그 생략이 고마웠다.

신호가 바뀌었다. 사람들 사이를 걸으며 도윤이 말했다.

“너 그날 나한테 악당 같다고 생각했지.”

나는 멈추지 않고 걸었다.

“어느 날.”

“평소.”

나는 대답을 고르지 않았다.

“지금도 가끔.”

도윤은 한숨을 쉬었다.

“목숨 구해 줘도 소용없네.”

그는 농담으로 말했다. 그래도 나는 바로 대답했다.

“그거랑 이거는 따로.”

도윤이 나를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그 말이 듣기 좋았다. 내가 고마움을 잊지 않아도 불평할 수 있다는 것. 친구가 좋은 일을 했다는 사실 때문에 나쁜 말투를 견딜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 우리가 그 정도는 같이 알게 된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는 마지막 말을 보탰다.

“그래도 자료는 좀 짧게 써.”

나는 천장을 봤다.

“너는 좀 끝까지 읽고.”

문이 열리자 유진이 서 있었다. 그녀는 우리를 번갈아 보고 길을 비켜 줬다.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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