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장
인수인계
마지막 임시 팀장 회의에서 나는 실수를 하나 인정했다.
마지막 임시 팀장 회의에서 나는 실수를 하나 인정했다.
계열사 일정 하나를 조정하면서 협력사 대기 비용을 놓쳤다.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누군가는 그 일을 처리해야 했다. 예전 같으면 실무 담당자가 보완할 항목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결정을 내렸다.
나는 경위를 설명하고 수정 방안을 말했다. 유진은 확인할 때 함께 놓쳤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같이 검토했지만 승인은 제가 했어요.”
그 말이 생각보다 무거웠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목소리를 낮추거나 비장한 표정을 짓는 일이 아니었다. 내 이름을 문장 끝에 놓고 다른 사람 이름으로 바꾸지 않는 일이었다.
회의 뒤 준서가 내게 물었다.
“팀장님 돌아오시면 이건 다시 설명드려야 하나요?”
나는 인수인계 목록을 가리켰다.
“적어 놨어요. 내가 설명할 거예요.”
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가 안심하는 것을 보고 그동안 팀장에게 보고하는 일이 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알았다. 업무 설명과 잘못을 변호하는 일이 너무 자주 섞여 있었다.
오후에는 도윤의 책상을 정리했다. 대단한 변화는 없었다. 쌓인 우편을 분류하고, 오래된 회의 자료를 문서함에 넣었다. 개인 물건은 건드리지 않았다. 모니터 아래에는 표창식 뒤 팀 사람들과 찍은 작은 사진이 있었다. 도윤은 가운데가 아니라 끝에 서 있었다.
나는 그 사진을 보다가 내 자리로 돌아왔다. 처음 임시 발령이 났을 때도 팀장 책상으로 옮기지 않았다. 자리를 바꾸면 너무 많은 의미가 생길 것 같았다. 덕분에 복귀 준비는 간단했다. 권한과 역할을 되돌리면 됐다. 마음까지 그만큼 간단할지는 몰랐다.
윤 부장은 한 달 동안 고생했다고 했다. 임시 수당과 업무 조정이 반영될 것이라고 안내했다. 나는 고맙다고 했다. 인정받는 것이 더는 미안하지는 않았다. 내가 한 일은 있었다. 친구의 부상과 내 수고가 서로를 지우지는 않았다.
저녁 무렵 유진이 작은 케이크 상자를 가져왔다. 축하가 아니라 수고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준서는 종이컵을 나눴다. 우리는 탕비실에서 서서 한 조각씩 먹었다.
“어땠어요?”
유진이 물었다.
나는 바로 대답했다.
“다시는 임시로 안 하고 싶어요.”
그녀가 웃었다.
“정식으로는요?”
나는 잠깐 생각했다. 예전에는 팀장 자리를 달가워하지 않는 척했다. 사실 기회가 오지 않을까 봐 미리 싫어하는 마음도 있었다. 한 달을 해 보니 여전히 싫은 부분이 많았다. 잘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그건 그때 생각해 볼게요.”
나는 대답했다.
준서가 말했다.
“저는 질문할 때 덜 무서웠어요.”
그 말에 나는 컵을 내려놓았다. 좋은 평가라는 것을 알면서도 도윤이 떠올랐다.
유진이 바로 덧붙였다.
“팀장님께도 말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질문이 무서울 때가 있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대신 전하는 것보다 직접 말할 수 있게 만들어야겠죠.”
그녀가 나를 봤다.
“차장님도 그 자리에 같이 계시면 좋고요.”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친구 사이에서만 할 말이 아니라 팀 안에서 할 말이 있었다.
퇴근 전에 인수인계 문서를 마지막으로 저장했다. 변경 이력에 내 이름과 날짜가 남았다. 나는 화면을 닫았다.
도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오면 오전에 설명할게. 길면 중간에 쉬고.〉
답장이 왔다.
〈자료 먼저 보내. 읽고 갈게.〉
나는 웃었다. 쉬라는 말을 자료 검토 시간으로 바꾸는 재주가 있었다.
파일을 보내고 한 줄을 덧붙였다.
〈끝까지 읽어. 뒤에 기준 있다.〉
도윤은 이번에는 바로 답했다.
〈알았다.〉
도윤은 아홉 시 십 분에 출근했다.
평소라면 여덟 시 십오 분이었다.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시간에 들어오는 것이 낯선지 로비에서 잠깐 멈췄다. 성호가 먼저 다가가 인사했다. 두 사람은 길게 말하지 않았다. 성호가 미안하다고 했고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고 하지는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팀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윤이 손을 저었다.
“앉아 계세요. 왜 다 일어나요.”
그 말에 사람들이 어색하게 웃었다. 준서는 준비한 인사를 잊었는지 그냥 안녕하세요라고 했다. 도윤도 안녕하세요라고 대답했다. 좋은 인사였다. 특별하지 않아서.
나는 그의 가방을 받으려다가 손을 멈췄다. 도윤은 자기 책상에 가방을 놓고 천천히 앉았다. 의자 높이를 조금 조정했다. 한 달 동안 아무도 바꾸지 않았는데도 몸에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유진이 물을 가져다줬다. 도윤은 고맙다고 했다. 팀 사람들을 한 번 둘러보고 말했다.
“제가 없는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는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유진의 일정 조정, 준서의 장애 분석, 다른 직원들의 대기 근무. 내가 인수인계에 적은 내용이었다. 끝까지 읽은 모양이었다.
마지막에 내 이름을 불렀다.
“도현 차장님, 특히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는 손을 들었다.
“권한 반납은 점심 전에 합시다.”
사람들이 웃었다. 도윤도 웃다가 몸을 조금 바로 앉았다. 웃음의 끝에서 아직 회복 중이라는 사실이 보였다.
우리는 회의실로 옮겼다. 시간을 짧게 나누기로 했다. 나는 변한 것부터 설명했다. 도윤은 종이에 표시하며 들었다. 처음 십 분 동안 한 번도 끊지 않았다. 나는 그 사실을 의식하느라 설명이 오히려 길어졌다.
“여기까지는 이해했어.”
그가 말했다.
나는 멈췄다. 도윤은 자기 말을 고쳤다.
“계속해. 중간에 끊으려던 건 아니고.”
나는 웃었다.
“괜찮아. 나도 여기서 숨 좀 쉬려고.”
그는 물을 마셨다. 우리는 업무를 인계하면서 서로의 몸 상태와 기분을 동시에 살폈다. 오래 걸렸지만 나쁜 시간은 아니었다.
협력사 비용 누락을 설명할 때 도윤이 질문했다.
“그때 다른 대안은 있었어?”
나는 있었지만 일정상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 근거를 설명했다. 도윤은 결과만 보면 아쉬운 점이 있지만 당시 판단은 이해된다고 했다. 나는 예상보다 쉽게 받아들여져 잠깐 당황했다.
“뭐가 그렇게 놀라워.”
그가 물었다.
“아니. 계속 혼날 준비하고 있었네.”
도윤은 펜을 내려놓았다.
“내가 그렇게 했나 보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스스로 끝낸 문장을 굳이 다시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점심 전 회사의 업무 대행 종료 안내가 왔다. 내가 맡던 권한 일부가 회수되고 도윤에게 돌아갔다. 화면에 뜬 알림은 짧았다. 한 달의 시간을 정리하기에는 너무 간단했다.
나는 내 자리에서 개발 검토 문서를 열었다. 오랜만에 한 가지 문제만 깊이 볼 수 있었다. 해방감이 들었다. 동시에 조금 허전했다. 그 두 감정을 굳이 하나로 줄이지 않았다.
도윤은 오전 근무를 마치고 먼저 돌아가기로 했다. 팀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문으로 향하다 나를 불렀다.
“도현 씨.”
나는 고개를 들었다.
“오후에 계열사 회신 나가면 저도 참조로 넣어 주세요.”
나는 잠깐 그를 봤다.
“네, 팀장님.”
사무실이 조용했다. 그 말 속에 익숙한 질서가 돌아왔다. 나는 아직 그것이 반가운지 답답한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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