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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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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팀장 이야기는 수요일 오전에 나왔다.

마지막 수정 2026-11-06 · 책으로 읽기

임시 팀장 이야기는 수요일 오전에 나왔다.

윤 부장은 나를 부르더니 도윤의 회복 기간을 물었다. 나는 의료진 설명을 회사에 전달할 수 있는 범위로 정리해 말했다. 최소 한 달가량의 공백을 예상하지만 확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추가적인 회복 기간도 필요할 수 있었다.

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자네가 맡아.”

말은 짧았다. 나는 무엇을 묻고 싶은지조차 정리하지 못했다.

“업무 총괄 말씀입니까?”

“임시로. 도윤이 자리 비워 둘 수도 없고.”

그는 임시라는 말을 두 번 했다. 부담을 덜어 주는 말 같았지만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권한과 결재 범위는 별도로 안내하겠다고 했다. 나는 인사 담당자와 실무 절차를 확인했다. 팀원들에게 내가 직접 설명하겠다고 했다. 부장은 좋아 보인다고 했다.

좋아 보인다는 말은 이상했다. 친구가 병원에 누워 있어서 생긴 자리였다.

팀 회의실에서 나는 종이를 펴 놓았다. 읽지 않고 말하려 했는데 첫 문장에서 목소리가 막혔다.

“팀장님 치료 기간 동안 제가 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예상한 얼굴이었다. 준서는 나를 보고 등을 곧게 폈다. 그 자세가 나를 불편하게 했다.

“바뀌는 건…”

나는 말을 멈췄다. 바뀌는 것이 없다고 하려다가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급한 결정은 제가 하겠습니다. 제가 모르는 건 물어볼 거고요. 다들 하던 대로 하시면 됩니다.”

유진이 물었다.

“차장님 하시던 개발 검토는 누가 나눠 맡나요?”

나는 대답이 늦었다. 팀장 역할은 생각했지만 내 기존 일은 그대로 들고 있었다. 유진은 그 빈칸을 바로 봤다.

우리는 업무를 나눴다. 완벽하게 나누지는 못했다. 검토 한 건을 준서에게 넘겼다가 범위가 너무 넓다는 걸 알고 다시 쪼갰다. 도윤이 평소 하던 일이 몇 가지 더 붙었다. 계열사 일정 조정, 장애 영향 회신, 협력사 작업 승인. 나는 그가 왜 늘 전화기를 들고 있었는지 조금 알게 됐다.

점심때 병원에 전화했다. 도윤에게 발령 소식을 전했다.

“네가 하는 게 맞지.”

그가 말했다.

나는 그 대답을 예상했다. 그런데 예상한 말도 직접 들으면 다르게 느껴졌다.

“불편하지 않냐.”

내가 물었다.

“뭐가.”

“그냥.”

도윤은 잠깐 말을 멈췄다.

“내 자리 뺏는 거 아니잖아.”

나는 창밖을 봤다.

“알아.”

“그럼 잘해.”

“쉽게 말한다.”

그가 웃다가 아픈지 숨을 삼켰다. 나는 바로 농담을 멈췄다.

오후에 팀장 결재가 필요한 첫 문서가 올라왔다. 외부 작업 일정 변경이었다. 담당자의 설명을 읽고 승인 버튼 위에 마우스를 올렸다. 그때 계열사 연락이 왔다. 일정을 당기면 월말 처리에 영향을 주느냐고 했다.

나는 모른다고 했다가, 확인 후 답하겠다고 고쳤다. 전화를 끊고 문서를 다시 열었다. 작업 자체는 단순했지만 다른 일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내가 하던 개발 검토와는 보는 범위가 달랐다.

승인하는 데 사십 분이 걸렸다.

퇴근 전에 준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팀장님, 이거 확인 부탁드려도 될까요?”

나는 뒤를 돌아봤다. 도윤이 있을 리 없었다.

준서는 얼굴이 붉어졌다.

“아, 차장님.”

나는 웃었다.

“어느 쪽이든 일단 줘.”

그날 처음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의자는 똑같은데, 들어오는 문장의 무게가 달랐다.


팀장을 대신한 첫날, 나는 일을 하나 끝내고 열한 개를 받았다.

문서가 많다는 뜻만은 아니었다. 판단이 필요했다. 담당자끼리 합의하지 못한 일정, 규정에 없는 예외, 어제까지는 문제가 아니었던 문의. 내가 개발자일 때는 내 부분을 확인하고 넘기면 됐다. 이제는 넘길 사람이 없었다.

오전 열 시에 계열사 담당자가 전화했다.

“어제 말씀드린 것, 가능하다는 거죠?”

나는 어제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하려 애썼다.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담당자는 가능하다고 들었다. 둘 중 누가 거짓말한 것은 아니었다. 기대가 문장을 바꿨다.

도윤이었다면 메일로 정리해 달라고 했을 것이다. 나는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기 싫어 전화로 길게 설명했다. 십오 분 뒤 다른 담당자에게서 같은 질문이 왔다. 앞사람이 전달한 내용은 내 설명과 조금 달랐다.

나는 결국 메일을 썼다. 가능 조건과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나눴다. 평소 도윤이 쓰던 양식이었다. 파일을 저장하면서 기분이 묘했다. 싫어하던 방식에도 이유가 있었다. 이유가 있다고 매번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오후에는 유진의 작업 검토가 늦어졌다. 내 결재가 밀린 탓이었다. 그녀는 세 번째로 확인을 부탁했다. 나는 잠깐 짜증을 냈다.

“보고 있어요.”

말이 나간 뒤 유진의 얼굴을 봤다. 더 말하지 않겠다는 얼굴이었다.

나는 의자를 돌렸다.

“미안해요. 지금까지는 못 봤어요. 십오 분 안에 볼게요.”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휴대전화 타이머를 십 분으로 맞췄다. 지킬 수 있는 약속부터 해야 했다.

문서는 칠 분이면 읽을 수 있었다. 나는 그 칠 분을 만들지 못하고 사람을 세 번 오게 했다. 팀장은 바빠서 무례해지는 것이 아니라, 바쁘다는 이유로 무례함을 허락하기 쉬운 자리인지도 몰랐다.

퇴근할 때는 아무것도 끝나지 않은 기분이었다. 실제로는 결재 여섯 건, 문의 네 건, 회의 두 개가 끝났다. 하지만 화면에는 또 새로운 요청이 떠 있었다.

도윤에게 전화하고 싶었다. 이걸 왜 이렇게 했냐고, 그 업체에는 어느 정도까지 양보해도 되냐고 묻고 싶었다. 전화기를 들었다가 내려놨다. 병원에 있는 사람에게 묻는 순간 쉬는 시간을 업무로 바꾸게 된다.

나는 유진에게 물었다. 그녀는 예전 회의 기록을 찾아 줬다. 내가 모르는 일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도윤에게만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내 습관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지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 팀장 됐어?”

서연이 말해 준 모양이었다.

“잠깐.”

“그럼 이제 명령하는 사람이야?”

나는 웃었다.

“명령도 듣는 사람이지.”

“누구한테?”

“아빠보다 높은 사람.”

지우는 그럼 끝이 없겠네 하고 말했다. 나는 대답 대신 밥을 먹었다. 끝이 없다는 설명이 아이에게서 나오니 우습고 정확했다.

밤에 도윤에게 메시지가 왔다.

〈첫날 어땠냐.〉

나는 한참 고민하다가 썼다.

〈너 돈 더 받아야겠다.〉

곧 답장이 왔다.

〈내가 그러려고 팀장 한 거 같냐.〉

나는 웃었다. 그리고 다시 썼다.

〈그렇다고 사람 기죽이는 말 해도 되는 건 아니고.〉

답은 조금 늦었다.

〈그건 알아.〉

나는 화면을 내려다봤다. 안다는 말이 충분한 날도 있었다. 첫날 밤에는 그 정도로 받아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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