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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문턱

나중에 진술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순서였다.

마지막 수정 2026-11-06 · 책으로 읽기

나중에 진술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순서였다.

민재가 먼저 손을 뻗었는지, 내가 전화기를 지키려고 몸을 돌렸는지, 도윤이 내 이름을 부른 것이 그전인지 그다음인지 기억이 엉켰다. 일어난 일은 몇 초였고, 그 몇 초를 설명하는 데 우리는 몇 시간을 썼다.

분명한 것은 민재가 내 팔을 잡았다는 사실이다. 나는 뒤로 물러나다 회의실 문턱에 발이 걸렸다. 전화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수화기에서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도윤이 민재의 손을 떼어 내려고 사이에 들어왔다.

“놓으세요.”

그 말을 두 번 했다.

민재는 들고 있던 가방을 떨어뜨렸다. 안에서 금속성 소리가 났다. 무엇인지 확인할 틈은 없었다.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문틀을 잡았고, 도윤이 나를 뒤쪽으로 밀었다.

그리고 도윤의 얼굴이 바뀌었다.

그는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갑자기 숨을 멈춘 사람처럼 입을 벌렸다. 민재의 손에서 짧은 날붙이가 보였다. 어디서 꺼냈는지 나는 보지 못했다. 나중에도 보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도윤은 내 어깨를 놓고 옆구리 쪽을 눌렀다. 나는 그를 붙잡으려다가 민재가 다시 다가오는 것을 봤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회의실 문을 밀어 둘 사이를 막았다. 문이 민재의 어깨에 부딪쳤다. 그가 욕을 했다. 나는 문을 놓지 않았다. 도윤이 뒤에서 미끄러지듯 주저앉는 소리가 났다.

“강도윤!”

내 목소리가 낯설었다.

민재가 문을 밀었다. 나는 버티다가 밀려났고, 그가 안으로 들어오려는 순간 손에 잡힌 회의용 의자를 앞으로 밀었다. 민재의 균형이 무너졌다. 무엇을 정확히 맞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호가 달려왔다. 다른 직원도 뒤따랐다. 나는 민재의 팔을 붙잡았다. 성호가 손에 든 것을 떨어뜨리라고 소리쳤다. 바닥에서 금속이 한 번 튀었다. 누군가 그것을 멀리 밀어 냈다.

나는 놓지 않았다. 민재가 몸을 비틀 때마다 손가락이 아팠다. 그의 숨이 내 뺨에 닿았다. 사람을 붙잡는 일에는 영화 같은 자세가 없었다. 얼굴이 바닥에 닿았고, 내 무릎은 어딘가에 긁혔다.

“도현 씨, 이제 제가 잡았습니다.”

성호가 말했다.

나는 못 알아들었다.

“도윤 씨 보세요. 제가 잡고 있어요.”

그제야 손이 풀렸다.

도윤은 문 뒤에 기대 앉아 있었다. 한 손으로 옆구리를 누르고 다른 손은 바닥을 짚고 있었다. 얼굴이 흰색이었다. 나는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야.”

도윤이 나를 봤다.

“야, 대답해.”

그는 입술을 움직였다.

“듣고 있어.”

그 말에 나는 화가 났다. 이런 때까지 꼭 정확하게 대답하는 사람이라서. 나는 웃을 것처럼 숨을 내쉬다가 울음 같은 소리를 냈다.

신고 전화는 계속 연결돼 있었다. 나는 전화기를 주워 구조 상황을 알렸다. 안내받은 대로 도윤이 움직이지 않게 하고 필요한 도움을 요청했다. 아는 척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서툰 손을 누군가의 말에 맞춰 움직였다.

복도 끝에서 경찰이 들어왔다. 무전 소리가 났고 성호가 상황을 설명했다. 민재가 자기 손도 다쳤다고 소리쳤다. 누군가 그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범인이 잡혔는지 확인하는 것보다 친구가 눈을 뜨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 중요했다.

“나 봐.”

내가 말했다.

도윤은 내 얼굴을 보다가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평생 그에게 그렇게 명령한 적이 없었다.


구급대원이 도윤 옆에 앉자 나는 뒤로 물러났다.

물러나라는 말을 세 번 듣고서야 움직였다. 내 손에는 도윤의 피가 묻어 있었다. 손바닥을 펴면 무엇이 떨어질 것 같아서 주먹을 쥐었다.

구급대원이 이름과 나이를 물었다. 나는 대답했다. 도윤의 생일은 알았지만 만 나이를 순간 계산하지 못했다. 십칠 년을 같이 일했는데 숫자 하나를 말하지 못했다.

“본인 말씀 가능하세요?”

대원이 물었다.

도윤이 대답했다. 나는 그 목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숙였다.

그를 들것으로 옮기는 동안 경찰관이 내게 가까이 왔다. 다친 곳이 있는지 물었다. 나는 없다고 했다. 경찰관은 내 무릎을 봤다. 바지가 찢어져 있었다. 그때야 따끔했다.

“응급실에서 같이 확인받으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호는 민재가 인계됐다고 알려 줬다. 나는 그 말이 무슨 절차를 뜻하는지 묻지 않았다. 다만 우리 손에서 벗어나 경찰 손에 있다는 사실만 이해했다. 친구를 두고 그 사람에게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게 해 주는 말이었다.

구급차에는 내가 동행했다. 도윤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나는 대원에게 필요한 말이 있을 때만 대답했다. 좁은 공간에서 사이렌 소리는 멀게 들렸다. 밖의 차들이 비켜 가는 모습이 창문 위쪽으로 잘렸다.

나는 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윤이가 다쳤어.”

그녀가 내 상태부터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가 고쳤다.

“나는 크게 안 다쳤어. 병원 가서 확인받을 거야.”

약속을 지키는 데도 문장을 고쳐야 했다.

도윤의 어머니에게는 아직 전화하지 못했다. 누구에게 먼저,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의 휴대전화 비상 연락처에 어머니 번호가 있었다. 나는 병원 도착 후 의료진 설명을 들은 뒤 연락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몇 분이라도 확실한 말을 갖고 싶었다.

도윤이 눈을 떴다.

“전화…”

나는 그의 휴대전화를 보여 줬다.

“있어. 네 거 챙겼어.”

그는 입술을 움직였다. 나는 가까이 갔다.

“엄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할게.”

그가 눈을 감았다. 나는 그 뒤로 계속 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대원의 안내를 따랐다.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멈추고 기다리는 편이 더 힘들었다.

응급실에는 밝은 불빛과 서로 다른 속도의 사람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달렸고 누군가는 의자에 앉아 종이컵을 들고 있었다. 우리만의 밤이 다른 사람들의 밤 사이에 들어갔다.

도윤이 처치실 안으로 들어가고 나는 문 밖에 남았다. 바닥에 놓인 노란 선을 밟고 있는 줄도 몰랐다. 직원이 지나가야 한다고 말하자 벽 쪽으로 옮겼다.

내 손을 닦아 준 사람은 간호사였다. 내가 씻을 곳을 찾지 못하고 손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티슈로는 잘 지워지지 않았다. 세면대에서 비누로 씻으니 물이 붉게 흘렀다.

나는 거울을 봤다. 친구를 구한 얼굴도 범인을 잡은 얼굴도 아니었다. 그냥 겁에 질린 중년 남자였다.

서연이 왔다. 내 어깨를 잡고 다친 곳을 봤다. 나는 그제야 말을 길게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가 아니라 기억나는 조각부터 말했다. 그녀는 순서를 고치지 않았다.

의료진이 우리를 불렀다.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복부 안쪽의 손상이 있고 출혈을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범위는 수술 중 확인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살 수 있는 거죠?”

누구도 쉽게 대답하지 않는 질문이라는 것을, 질문하고 나서 알았다.

의사는 지금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믿어야 했다. 아니, 그 말 외에는 붙잡을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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