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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밤의 출입문

금요일 밤에는 정기 작업이 있었다.

마지막 수정 2026-11-06 · 책으로 읽기

금요일 밤에는 정기 작업이 있었다.

민재와 관련된 확인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서 회사의 월말 정산이 멈추지는 않았다. 일정을 바꾸면 다른 계열사의 작업과 부딪쳤다. 도윤은 자기가 빠지겠다고 했지만 윤 부장은 책임자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야간 단독 근무를 피하자는 결정과 실제 근무표는 늘 조금 달랐다.

결국 나는 프로그램 변경을 맡고, 도윤은 전체 승인과 현장 연락을 맡기로 했다. 유진이 원격 대기했고 준서는 자정 전에 퇴근하기로 했다. 시설팀도 일부 작업을 했다. 지하 반입장은 평소보다 오래 열릴 예정이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성호에게 알렸다. 필요한 경계와 연락 절차를 다시 확인했다. 출입 통제는 강화됐고 방문 인력도 재확인됐다. 누구나 불안하다고 말했지만, 그 불안을 이유로 일이 모두 멈추지는 않았다.

오후 여섯 시에 민재로 보이는 번호에서 도윤에게 전화가 왔다. 도윤은 받지 않았다. 곧 음성메시지가 남았다.

〈남의 밥줄 끊어 놓고 회사는 잘 다니시네요.〉

짧았다. 협박이라고 읽힐 수도 있고 원망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는 문장이었다. 그 모호함이 지겨웠다.

도윤은 남 형사에게 전달했다. 회사에 머무르는 동안 외부로 나가지 말고 이상한 상황이 생기면 즉시 신고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우리는 둘 다 알겠다고 했다.

민재가 말한 밥줄은 최근 현장 투입이 취소된 일을 가리키는 듯했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업체들이 그와 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그는 자기 행동의 결과를 도윤이 만든 일로 묶고 있었다.

“내가 시켰냐.”

도윤이 중얼거렸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을 들으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

밤 열한 시가 넘자 사무실이 비었다. 유리벽 너머 상태판의 빛이 유난히 밝았다. 준서는 작업 결과를 확인한 뒤 퇴근했다. 현관까지 성호의 직원이 함께 갔다. 우리는 그가 건물을 나갔다는 연락을 받았다.

“괜히 애 고생시켰네.”

도윤이 말했다.

“일해서 늦은 거야. 네 일 때문에만은 아니고.”

“구분 잘하네.”

“너한테 배웠지.”

도윤은 웃지 않았다. 배운다는 말이 칭찬으로 들리지 않을 때가 있었다.

작업은 자정 사십 분에 끝났다. 정산 승인 시험까지 문제없었다. 나는 결과를 남기고 물 한 잔을 마셨다. 도윤은 유진에게 해제 연락을 보냈다. 그녀는 ‘수고하셨습니다. 같이 나가세요’라고 답했다.

그 한 문장이 조금 서글펐다. 예전에는 술 마시러 가라고 했을 시간이었다.

우리는 지하 주차장 대신 일 층 정문으로 나가기로 했다. 도윤의 차는 며칠 전부터 회사 주차장에 두지 않았다. 퇴근 동선을 바꾸기 위한 선택이었다. 나는 택시를 부르려다가 가까운 큰길까지 성호와 함께 가기로 했다.

그런데 성호가 시설 확인 전화 때문에 잠깐 자리를 비웠다. 정문 안쪽에 기다리면 됐다. 우리는 기다렸다.

그때 도윤에게 사진이 왔다.

사옥 뒤편의 낡은 반입 표지판이었다. 오래전 우리 센터 이름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 사진 아래에는 문장이 하나 있었다.

〈당신들이 뭘 잘못했는지 보러 와요.〉

도윤의 턱이 굳었다. 나는 그의 전화기를 보자마자 말했다.

“가지 마.”

“알아.”

“대답만 하지 말고 여기 있어.”

도윤은 신고 전화를 걸었다. 나는 성호에게 연락했다. 우리가 잘못된 창고 앞에서 했던 약속이 이번에는 작동했다.

그러나 사람이 약속을 지킨다고 사건이 반드시 그 사람을 비켜 가는 것은 아니었다.

후문 경보가 울린 것은 그로부터 사 분 뒤였다.


경보는 길지 않았다. 짧게 세 번 울리고 멈췄다.

성호가 무전으로 상황을 확인했다. 지하 설비 확인 중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는 보고가 먼저 왔다. 작업 인력은 이미 퇴실 처리된 상태였다. 실제로 누가 남아 있는지 다시 확인해야 했다.

우리는 정문 안쪽에 있었다. 도윤은 남 형사에게 연락을 시도했고, 나는 긴급 신고 내용에 회사 위치와 사진을 덧붙였다. 상황을 설명하는 동안 멀리서 금속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성호가 우리를 보고 말했다.

“이 안에 계세요.”

그는 직원 한 명과 후문 쪽으로 갔다. 유리문 너머로 경비 인력이 움직였다. 나는 그들이 사라지는 쪽을 봤다. 그때 내 전화가 울렸다. 준서였다.

“차장님, 저 카드 지갑을 두고 온 것 같은데요.”

나는 순간 화가 났다. 왜 이런 때 전화를 하느냐는 엉뚱한 화였다. 곧 목소리를 낮췄다.

“내일 찾자. 지금은 오지 말고.”

“저 정류장인데 회사 앞에 경찰차 같은 게…”

“그쪽에서 기다리지 말고 바로 가. 도착하면 연락해.”

내가 통화하는 동안 도윤이 정문 밖을 봤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건물 모퉁이를 지나갔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도윤은 한 발 움직였다가 멈췄다.

“누구야?”

내가 물었다.

“모르겠어.”

그는 드디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눈은 그 사람이 사라진 자리에 붙어 있었다.

잠시 뒤 성호에게 연락이 왔다. 후문 장금 장치 주변에 문제가 있었고, 현장 확인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정문 주변으로 나가지 말고 별도 안내를 기다리라고 했다. 경찰에도 상황이 전달됐다.

우리는 로비 안쪽 회의실로 이동했다. 그런데 복도 끝 비상 출입구에서 사람이 나왔다.

처음에는 야간 시설 직원인 줄 알았다. 회색 조끼를 입고 손에 작은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는 우리가 있는 쪽을 보고 잠깐 멈췄다. 얼굴을 알아본 것은 도윤이었다.

“서민재 씨.”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생각보다 평평했다.

민재는 조끼를 벗어 팔에 걸었다.

“여기서 일하는 게 뭐 죄라고.”

그는 웃으려 했지만 얼굴 한쪽만 움직였다. 우리는 뒤로 물러났다. 내가 전화기를 들자 그가 손을 들었다.

“경찰 부르지 마. 이미 할 얘기 다 했으니까.”

나는 통화 중인 전화기를 내려놓지 않았다. 도윤은 민재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여기서 나가세요.”

도윤이 말했다.

“출입 허락한 사람 있으면 같이 확인하고요.”

그 말투가 회의실과 같았다. 나는 그 순간에도 이상하게 그 점을 알아차렸다. 민재는 화를 냈다.

“당신 때문에 일 끊겼잖아.”

“그건 제가 한 일이 아닙니다.”

“내가 아니라고 하면 아니래? 당신이 아니라고 하면 끝이냐?”

민재의 말은 서로 맞물리지 않았다. 그는 답을 듣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자기 말이 건물 안에 울리는 것을 들으려고 온 사람 같았다.

나는 신고 접수자에게 위치를 낮게 말했다. 일 층 동쪽 복도. 민재는 내 손을 봤다.

“옆에서 자꾸 뭘 그렇게 적어?”

그가 말했다.

그때 알았다. 내게 문자를 보낸 사람의 말투는 화면보다 작고 평범했다. 특별한 얼굴도, 특별한 목소리도 없었다. 그 평범함이 더 무서웠다.

도윤이 내 앞을 가렸다.

“저하고 말씀하세요.”

나는 그의 등 뒤에서 한 걸음 옆으로 비켰다. 친구를 방패처럼 세우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를 보지 못한 채 같은 방향을 보고 서 있었다.

복도 저편에서 성호의 목소리가 났다.

민재는 그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우리가 서 있는 쪽으로 갑자기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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