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표창장
표창은 생각보다 조용한 장소에서 수여됐다. 도윤은 혼자 가겠다고 했지만 윤 부장이 회사 대표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표창은 생각보다 조용한 장소에서 수여됐다. 도윤은 혼자 가겠다고 했지만 윤 부장이 회사 대표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결국 홍보실 직원과 내가 동행했다. 내가 간 이유는 친구라서가 아니라 도윤의 업무를 가장 오래 안다는 이유였다.
경찰서 강당의 의자는 절반쯤 비어 있었다. 교통사고 현장을 도운 버스 기사와 길 잃은 아이를 보호한 편의점 점장이 함께 상을 받았다. 도윤은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양복 앞단을 당겼다.
행사가 끝난 뒤 수빈이 다가왔다. 공원에서 만났을 때보다 머리가 짧아져 있었다.
“잘 지내세요?”
도윤이 물었다.
“네. 잠깐 다른 데서 지내요.”
잠깐이라는 말 뒤에 더 긴 설명이 있을 것 같았다. 도윤은 묻지 않았다. 그가 질문을 참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
담당 형사 남지연은 두 사람에게 불편한 연락이 오면 남겨 두고 연락하라고 말했다. 담담한 목소리였다. 나는 그 말을 의례적인 안내로 들었다. 도윤은 휴대전화에 번호를 저장했다.
돌아오는 차에서 홍보실 직원이 사진 사용 범위를 설명했다. 도윤은 홈페이지 게시에는 동의하지 않고 사내 게시만 허락했다. 이름과 소속이 적힌 게시물이 월요일 아침 올라왔다.
‘통합운영팀 강도윤 팀장, 시민 안전에 기여.’
사진 아래에 직원들의 축하가 달렸다. 멋있습니다. 같은 회사라 자랑스럽습니다. 표창장 옆에서 웃지 못하고 서 있는 얼굴을 보며 나는 댓글 창을 닫았다.
준서가 상패를 어디 둘 거냐고 물었다.
“표창장이야. 상패 아니고.”
도윤이 고쳐 말했다.
유진이 내게만 보이도록 눈을 굴렸다. 나는 모니터 아래로 웃었다.
오후 네 시, 대표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전화는 안내 데스크에서 총무를 거쳐 우리 팀으로 넘어왔다. 외부인이 팀장과 통화를 원한다고 했다. 업무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도윤은 헤드셋을 쓰지 않고 수화기를 들었다.
“강도윤입니다.”
잠깐의 침묵. 도윤이 등을 곧게 폈다.
“어디시라고요?”
나는 숫자를 입력하던 손을 멈췄다.
“그런 말씀 하실 거면 끊겠습니다.”
그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다시 화면을 봤다. 입술이 희게 눌려 있었다.
“누군데?”
내가 물었다.
“잘못 걸었어.”
잘못 걸린 전화에 저렇게 이름을 확인하는 사람은 없었다.
퇴근 전 도윤은 안내 데스크로 내려갔다. 나는 서버실 출입 승인 때문에 늦게 내려오다가 그를 봤다. 보안 책임자인 임성호 실장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성호는 도윤의 휴대전화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내 게시물을 다시 열었다. 도윤의 이름 옆에 사무실 위치가 적혀 있었다. 통합운영센터 삼 층. 게시물은 사내 계정으로만 볼 수 있었다. 나는 그 부분을 지나쳤다.
밤 열 시 십삼 분에 도윤에게 전화가 왔다.
“혹시 오늘 내 번호 어디 알려 줬냐?”
“아니.”
“누가 물어본 것도 없고?”
“없어. 왜.”
대답이 늦었다.
“스팸이 좀 와서.”
그는 곧 전화를 끊었다. 나는 서연에게 휴대전화를 내밀며 말했다.
“이젠 스팸 오는 것도 나한테 확인한다.”
서연은 웃지 않았다.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있으면 말을 하겠지.”
도윤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무엇이 빠졌는지, 무엇이 틀렸는지, 왜 아직 확인하지 않았는지. 나는 그가 말을 못 하는 종류의 일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날 밤 도윤의 휴대전화에는 번호가 표시되지 않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유명해지셨네요.〉
도윤은 나중에 그 메시지를 보여 주었다. 나는 화면에 찍힌 시간을 보고 그날 우리가 통화한 시각을 확인했다.
그는 그 문장을 받은 뒤 내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나는 짜증을 냈다.
사내 게시물에 사진이 올라가기 전, 홍보실 담당자가 도윤에게 마지막 확인을 받으러 왔다.
그는 인쇄한 시안을 내밀었다. ‘용기 있는 실천’이라는 제목 아래 도윤이 표창장을 든 사진이 있었다. 사진 속 도윤의 자세가 너무 반듯해서 나는 웃음이 났다.
“이 부분은 조금 바꿔 주세요.”
도윤이 말했다.
그가 가리킨 것은 ‘가해자를 제압한 뒤’라는 문장이었다. 실제로는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거리를 두고 막아선 것이었다. 담당자는 기사 표현을 참고했다고 했다.
“제가 잡은 건 아닙니다.”
“그럼 제지한 뒤로 쓰겠습니다.”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옆에서 그의 정확함이 좋은 쪽으로 쓰이는 장면을 봤다. 바로 그날 아침에는 검토 자료의 표현 때문에 삼십 분을 붙잡혀 있었다. 같은 성격이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졌다.
담당자는 다른 시민들의 도움도 있었다는 문장을 넣었다. 도윤은 그 부분을 보고 나서야 시안을 돌려줬다.
“개인 연락처는 안 들어가죠?”
“네. 사내 게시물입니다.”
그는 잠깐 망설이다가 동의했다. 회사 직원들이 좋은 일을 알게 되는 정도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날 점심에 윤 부장이 팀 전체에 커피를 샀다. 도윤의 표창을 축하한다는 이유였다. 사람들은 각자 마실 것을 골랐다. 나는 뜨거운 커피를 시켰고 도윤은 아이스를 시켰다. 준서는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물었다.
“성격 차이.”
내가 말했다.
도윤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 사람들은 웃었다. 웃긴 말인지, 웃어도 되는 관계인지 확인하는 웃음이었다.
커피를 받아 오는 길에 도윤이 내게 말했다.
“이런 거 너무 크게 안 했으면 좋겠는데.”
“좋은 일 한 거잖아.”
“그냥 한 건데.”
나는 그 말을 멋있게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겸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자기 행동이 회사 사람들의 평가가 되는 것이 불편했을 수도 있었다. 평소처럼 움직였는데 갑자기 특별한 성격의 증거가 됐다.
자리로 돌아와 게시물 댓글을 보았다. 어떤 직원은 ‘역시 좋은 리더는 다르다’고 썼다. 나는 그 문장 앞에서 마우스를 멈췄다.
공원에서 좋은 일을 한 것과 좋은 리더인 것은 같은 증거로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댓글에 그런 답을 쓸 수는 없었다. 나는 창을 닫았다.
도윤은 내 옆에서 축하 전화를 받았다. 아는 계열사 담당자였다. 그는 쑥스러운 목소리로 별일 아니라고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밀린 요청 목록을 열었다.
“도현 씨, 어제 답변한 건 다시 확인해 주세요.”
그가 말했다.
나는 커피 뚜껑을 닫았다.
내가 아는 도윤은 사진 속에 다 들어 있지 않았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닐 텐데, 사람들은 왜 사진 한 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때 생각했다.
나 역시 그를 회의실 안에만 가두어 놓고 보고 있었다는 사실은,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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