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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악당퇴원 수속

제26장

퇴원 수속

입원한 지 서른 번째 되는 날, 도윤은 퇴원 예정일을 들었다.

마지막 수정 2026-11-06 · 한 번에 펼쳐 읽기

입원한 지 서른 번째 되는 날, 도윤은 퇴원 예정일을 들었다.

상태가 지금처럼 유지되면 다음 날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외래 진료와 회복 계획이 이어졌고 무리한 활동은 피해야 했다. 나는 병실에서 설명을 함께 들었다. 어머니는 수첩의 새 페이지를 폈다.

한 달 넘게 입원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끝이 없어 보였다. 막상 날짜가 잡히자 준비할 것이 많았다. 집에서 쓸 물건, 이동 방법, 약, 진료 일정, 식사. 회복은 병원 문을 나서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도윤은 회사에 복귀 의사를 알리고 싶다고 했다. 나는 먼저 인사 담당자와 필요한 절차를 확인하자고 했다. 주치의 설명과 본인 상태를 함께 보고 일정을 정해야 했다.

“나 누워서도 문서 읽었어.”

그가 말했다.

“문서 읽는 거랑 하루 종일 앉아 있는 건 다르지.”

“조금만 가서 인사하고.”

나는 그를 봤다. 그는 회사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리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자리 있어.”

내가 말했다.

도윤은 얼굴을 찌푸렸다.

“누가 그거 물었냐.”

“안 물었어도 말해 주는 거야.”

그는 침대 난간을 만지작거렸다. 내가 자기 마음을 단정하는 것이 싫을 수도 있었다. 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어머니는 먼저 숙소로 돌아가 짐을 정리하셨다. 나는 도윤과 병실에 남았다. 창가 첫 번째 노인은 먼저 퇴원했고 새 환자가 들어와 있었다. 한 달 동안 침대의 사람들은 바뀌었는데 도윤은 같은 창문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날부터 시간이 잘 안 가.”

도윤이 말했다.

나는 그를 봤다.

“회사 얘기 들으면 한 달이 지난 것 같은데, 눈 감으면 어제 같아.”

나는 손바닥을 폈다. 상처는 거의 다 나았다. 그런데 무언가를 꽉 잡았던 감각은 남아 있었다.

“나도 가끔 문 잡는 꿈 꿔.”

내가 말했다.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놀라지 않았다.

“너도 상담받아 봐.”

그가 말했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네가 나한테 한 말이잖아.”

“알아.”

“알면 해.”

말투는 명령 같았다. 나는 웃다가 그를 봤다. 이번에는 그 명령이 내 상태를 못 견뎌서 나온 말이라는 것도 알았다. 이해한다고 무조건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권유로 해.”

내가 말했다.

도윤은 한숨을 쉬었다.

“상담받아 보면 어떻겠습니까, 김도현 차장님.”

나는 웃었다. 친구도 아주 조금 웃었다. 이번에는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밤 아홉 시에 나는 일어났다. 다음 날 아침 다시 오기로 했다. 도윤은 창밖을 보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유리에 겹쳤다.

“너한테 고맙다는 말 제대로 못 했지.”

그가 말했다.

나는 가방을 들다 멈췄다.

“내가 해야지.”

“그날 나 옆에 남아 있었잖아.”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중에 생각하니 그가 말한 그날은 사건 당일만이 아니었다. 회사에 남아 기다리던 밤과 잘못된 창고에서 돌아오던 저녁과 서로 전화기를 끊지 못하던 날들이 함께 들어 있었을 것이다.

나는 손을 들었다.

“내일 늦잠 자지 말고.”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퇴원하는 날 누가 늦잠 자냐.”

나는 병실 문을 닫았다. 복도는 여전히 밝았다. 한 달 만에 처음으로 다음 날 아침이 덜 무서웠다.


입원 서른하루째, 도윤은 자기 신발을 오래 내려다봤다.

처음 병원에 실려 올 때 신었던 운동화였다. 성호가 현장에서 챙겨 가져왔다. 끈은 풀려 있었고 한쪽 옆면에 닦이지 않은 얼룩이 남아 있었다. 나는 새 신발을 가져다주겠다고 했지만 도윤은 괜찮다고 했다.

그는 침대 끝에 앉아 신발을 신었다. 허리를 많이 숙이지 않으려고 발을 당겼다. 끈을 묶다가 잠깐 멈췄다. 내가 무릎을 굽히자 그가 말했다.

“내가 해.”

나는 바로 일어났다. 기다리는 것도 도움이었다.

어머니는 짐을 두 번 확인하셨다. 충전기, 세면도구, 수첩, 편지, 지우의 그림. 표창장 이야기는 아무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여전히 집에 있었다. 한 달 동안 도윤 곁을 지킨 것은 다른 종이들이었다.

간호사는 주의 사항을 다시 설명했다. 도윤은 적었고 어머니도 적었다. 나는 두 사람이 같은 문장을 서로 다른 수첩에 옮기는 것을 봤다. 누가 더 정확히 적었는지 비교하지는 않았다.

퇴원 수속을 마치고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에서 도윤은 벽에 등을 기대었다. 일반병실로 옮긴 날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 그래도 평소의 도윤은 아니었다. 목소리가 돌아온 속도보다 몸이 따라오는 속도가 느렸다.

일 층 로비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도윤은 무심코 뒤를 돌아봤다. 나는 그 시선을 따라가지 않았다. 대신 걸음을 조금 늦췄다.

병원 정문 밖에는 햇빛이 있었다. 바람이 생각보다 차가웠다. 도윤은 겉옷의 지퍼를 올렸다. 어머니가 목도리를 권하자 괜찮다고 했다. 그 말 끝에 기침을 했다. 어머니는 대답 없이 목도리를 둘러 주셨다.

나는 웃음을 참았다. 도윤이 나를 노려봤다.

“왜.”

“아무것도.”

“표정은 아닌데.”

차에 탈 때는 뒷좌석에 앉았다. 어머니가 옆에 앉아 안전벨트 위치를 함께 봤다. 나는 급하게 출발하지 않았다. 작은 과속방지턱 앞에서도 속도를 줄였다. 뒤에서 도윤이 평소 같으면 답답하다고 했을 것이다. 그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집 앞에 도착하자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손이 잠깐 멈췄다. 한 달 만에 돌아온 집이었다. 문을 열자 닫힌 공기 냄새가 났다. 어머니가 창문을 열었다. 도윤은 거실에 서서 소파와 탁자를 봤다.

자기가 떠난 동안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상했을 것이다.

나는 짐을 내려놓고 물을 꺼냈다. 냉장고 안에는 오래된 반찬통이 몇 개 있었다. 어머니가 정리하기 시작하셨다. 도윤은 하지 말라고 하다가 포기했다.

“오늘은 앉아 있어.”

내가 말했다.

도윤은 소파에 천천히 앉았다. 그 익숙한 동작이 낯설었다.

잠깐 뒤 그가 책장 위를 봤다. 표창장이 서 있었다. 액자는 아직 없었다. 종이가 조금 휘어 있었다.

어머니가 그것을 보고 먼지를 닦으려 했다. 도윤은 그대로 두라고 했다. 버리라는 뜻은 아니었다. 더 반듯하게 세우지도 말라는 뜻 같았다.

나는 돌아갈 준비를 했다. 도윤은 문까지 나오려 했고 나는 오지 말라고 했다. 그는 그래도 일어났다. 둘 다 고집을 부리다가 결국 거실 중간에서 인사했다.

“내일 연락할게.”

내가 말했다.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 건…”

“내일.”

그가 입을 다물었다.

어머니가 나를 배웅하며 손에 반찬 봉투를 들려주셨다. 서연에게 고맙다고 전하라고 했다. 나는 받지 않으려다 그냥 받았다. 돌려줄 수 없는 빚을 반찬 한 봉투로 주고받는 사람들이었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동안 도윤에게 메시지가 왔다.

〈집에 오니까 좀 낫다.〉

나는 답했다.

〈오늘은 그거면 됐다.〉

그 문장만큼은 어떤 근거도 붙이지 않아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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