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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장

말투

우리가 크게 다툰 것은 사고 뒤 처음으로 도윤이 얼굴에 혈색을 되찾은 날이었다.

마지막 수정 2026-11-06 · 책으로 읽기

우리가 크게 다툰 것은 사고 뒤 처음으로 도윤이 얼굴에 혈색을 되찾은 날이었다.

나는 팀 인수인계에 필요한 항목을 정리해 갔다. 병원에서 업무를 시키려는 것은 아니었다. 복귀 후 바로 알아야 할 변화를 나중에 한꺼번에 설명하면 힘들 것 같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도윤은 세 번째 항목에서 멈췄다.

“이건 왜 바꿨어?”

“검토가 한 사람한테 몰려서.”

“그럼 예외 승인 기준도 같이 바꿔야지.”

“그것도 정리했어. 뒤에—”

“그 기준 먼저 확인하고 역할을 바꿨어야 하는 거 아니냐.”

나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도윤은 내 얼굴을 보더니 말을 멈췄다.

“왜.”

그가 물었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침대 옆 탁자에 지우가 그린 그림이 놓여 있었다. 기다란 팔을 가진 친구. 나를 구해 준 사람. 그 그림이 내 입을 막는 것 같았다.

“네가 나 구해 준 거, 고마워.”

내가 말했다.

도윤이 얼굴을 찌푸렸다.

“지금 그 얘기가 왜 나와.”

“이 얘기 하려니까 자꾸 그게 먼저 생각나서.”

나는 숨을 골랐다.

“그런데 네 말투는 여전히 싫어.”

병실 안에서 누군가 텔레비전 소리를 낮췄다. 내가 너무 크게 말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의자를 조금 가까이 당겼다.

“뒤에 적었다고 했으면 끝까지 보면 되잖아. 왜 하기 전에 틀렸다는 말부터 해?”

도윤은 종이를 봤다.

“나는 기준이 빠진 줄 알고—”

“그러니까 물어봐. 기준은 어디 있냐고. 왜 안 했냐고 하지 말고.”

그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손가락을 서로 꼬았다.

“너 일하는 거 알아. 팀장 자리 힘든 것도 이제 조금 알아. 그런데 그거 안다고 내가 그때 안 힘들었던 건 아니야.”

도윤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굴에 피곤함이 돌아왔다. 나는 아픈 사람에게 이 말을 하는 것이 맞는지 스스로 물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답은 없었다.

그가 천천히 말했다.

“너는 왜 그때 말을 안 했냐.”

나는 웃었다. 웃긴 것이 아니라 너무 예상한 말이라서.

“내가 기분 나쁘다고 하면 넌 구체적으로 어디가 그랬는지 물었을 거야. 예를 들면 그건 사실 확인이었다고 했겠지.”

도윤은 반박하려다 멈췄다. 내 말이 정확해서인지, 반박할 힘이 없어서인지는 몰랐다.

“나도 알아. 그냥 쌓아 두고 뒤에서 욕한 거 좋은 건 아니었어.”

내가 말했다.

“그런데 친구라고 다 알아줄 거라고 생각한 건 너도 나도 같았던 것 같아.”

창가에서 햇빛이 침대 아래로 옮겨 갔다. 도윤은 종이를 다시 들었다. 뒤쪽을 넘기니 예외 승인 기준이 있었다. 시행한 날짜와 재검토 날짜도 적혀 있었다.

“해 놨네.”

그가 말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안 보고 말했네.”

그가 덧붙였다.

나는 그제야 어깨의 힘을 뺐다.

도윤은 종이를 내려놓고 내 얼굴을 봤다.

“미안하다. 그때 회의에서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용서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앞으로는 그 자리에서 말하겠다고 했다. 도윤도 알겠다고 했다.

병원을 나설 때 어머니가 어디 가느냐고 물으셨다. 회사에 간다고 하니 밥은 먹었느냐고 하셨다. 나는 아직이라고 했다. 어머니가 귤 두 개를 주셨다. 도윤은 먹을 수 있는 것이 조금씩 늘었지만 귤은 아직 많이 먹지 않는다고 했다.

귤을 가방에 넣는데 도윤이 불렀다.

“그 역할 조정, 잘한 것 같다.”

나는 돌아봤다.

“읽고 하는 말이지?”

그가 한숨을 쉬었다.

“읽었어.”

나는 그제야 웃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화해는 좋은 사람이라는 선언보다, 종이 뒤쪽을 한 번 넘기는 일이었는지도 몰랐다.


사고 보고서 초안에는 내가 범인을 제압했다고 적혀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도윤이 다친 뒤 나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한 것처럼 보였다. 성호와 다른 직원이 합류한 사실, 신고 전화가 연결돼 있던 사실, 경찰과 구급대의 도착은 짧은 부록처럼 붙어 있었다.

나는 문서를 돌려보냈다.

‘공동 대응 경과를 실제 순서대로 수정해 주십시오.’

작성 담당자는 나를 돋보이게 하려던 의도였다고 했다. 나는 고맙다고 한 뒤 그래도 고쳐 달라고 했다. 보기 좋은 문장은 다음에 같은 일이 생겼을 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도윤이 사람을 구했을 때 뉴스도 그랬다. 여러 사람이 신고하고 곁에 서 있던 일이 한 사람의 제압으로 요약됐다. 처음에는 사소한 차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 요약이 사람에게 어떤 기대를 얹는지 알 것 같았다.

회의에서 윤 부장은 직원 보호 조치가 적절히 이행됐다고 쓰자고 했다. 나는 검토가 필요한 부분을 함께 적자고 했다.

“지금 책임 묻자는 거야?”

부장이 물었다.

“다음에 바꾸려면 남아 있어야 해서요.”

나는 대답했다.

부장은 한숨을 쉬었다. 나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내가 화난 사람으로 보이는 순간 문장 내용보다 태도가 문제가 될 것 같았다. 그 계산을 하며 도윤이 왜 말투를 딱딱하게 굳혔는지 조금 더 이해했다. 그래도 나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성호가 도와줬다. 당일 인력 배치와 연락 체계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도윤의 개인적 행동으로만 정리하면 조직 차원의 개선이 빠진다고 했다.

우리는 보고서를 고쳤다. 길어졌지만 더 과장되지는 않았다.

유진은 초안을 읽고 한 곳을 지적했다. 위협을 인지한 뒤 직원들에게 전달한 시점이 실제보다 빨리 적혀 있었다. 처음 며칠 동안 팀원들이 몰랐던 시간이 있었다.

나는 그 부분을 수정했다. 도윤이 싫어할까 생각했지만 기록은 그를 좋아하는 정도와 관계없어야 했다.

병원에 가서 수정한 내용을 설명했다.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내가 늦게 말했지.”

“응.”

“개인 일이라 생각했어.”

“이해해. 그래도 사람들은 몰라서 당황했어.”

그는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렇게 써.”

나는 대답 대신 파일에 표시했다.

준서는 자신이 식당에서 말을 들은 일을 늦게 알린 것이 문제로 남느냐고 물었다. 나는 당시 정보를 기준으로 적었다고 설명했다. 그때는 평범한 대화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나중에 모든 것을 알고 난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보여 줬다.

준서는 그 부분을 두 번 읽었다.

“이런 것도 적는군요.”

그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적으면 나중에는 다 알고 있었던 사람들처럼 되니까.”

보고서는 완성된 뒤에도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일 것이다. 그래도 적어도 우리가 무엇을 몰랐는지는 남았다.

퇴근할 때 도윤에게 파일을 보내고 싶었다. 그에게는 더 이상 확인할 일이 없었다. 나는 보내지 않았다. 대신 병실에서 복도 끝까지 걸었는지 물었다.

〈오늘 두 번.〉

답장이 왔다.

나는 엄지를 든 그림을 보냈다. 그가 예전에 보냈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아이 취급하지 마라.〉

도윤이 답했다.

나는 웃으며 썼다.

〈업무 실적 보고받은 건데.〉

답장은 오지 않았다. 한 시간 뒤 어머니가 전화해 도윤이 잘 걷는다고 하셨다. 나는 이미 안다고 말하지 않고 처음 듣는 것처럼 기뻐했다. 그 기쁨은 반복해서 들어도 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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