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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악당수술실 앞

제16장

수술실 앞

도윤의 어머니는 처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마지막 수정 2026-11-06 · 한 번에 펼쳐 읽기

도윤의 어머니는 처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새벽 두 시가 넘었다. 다시 걸자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김도현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곧 알아보셨다. 결혼식 때 얼굴을 본 것이 마지막이었지만, 명절마다 도윤이 내 이야기를 했다고 나중에 들었다.

“도현아, 무슨 일이니.”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때문에 준비한 문장이 흩어졌다.

“도윤이가 다쳐서 병원에 왔습니다. 지금 수술 준비 중이고요.”

나는 어디를 다쳤는지, 어느 병원인지, 누가 옆에 있는지 말했다. 범인 이야기는 길게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끝까지 듣고 병원 이름을 다시 물었다.

“내가 지금 갈게.”

“지금 차편이…”

“택시 타면 되지.”

나는 말리지 못했다. 친척에게 연락해 함께 오시도록 도왔다. 서연이 전화기 두 대로 길과 도착 시간을 확인했다. 나는 그 옆에서 펜을 찾았다. 적을 것이 없는데도 펜을 찾았다.

수술실 안내판에 강도윤이라는 이름이 올라갔다. 이름 옆에 진행 중이라는 글자가 떴다. 나는 그 글자가 바뀌는 것을 보려고 자꾸 일어났다. 앉아 있어도 화면은 잘 보였다.

윤 부장에게 전화했을 때 그는 잠결에 무슨 일이냐고 했다. 설명을 듣고 곧 오겠다고 했다. 성호는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병원으로 오고 있었다. 유진에게는 아침에 전하려 했지만 이미 성호를 통해 소식을 들었다.

〈제가 팀 연락 정리할게요. 차장님은 거기 계세요.〉

그 메시지를 보고 나는 처음으로 눈물이 났다. 누군가 내 일을 가져갔기 때문이었다.

서연이 물을 내밀었다. 뚜껑을 열지 못해 손에서 미끄러뜨렸다. 그녀가 열어 줬다. 나는 두 손으로 병을 잡았다.

“내가 문 쪽으로 안 갔으면…”

말을 끝내기 전에 서연이 말했다.

“지금 그 순서 만들지 마.”

나는 그녀를 봤다.

“나중에 확인할 건 확인해. 지금은 당신 잘못을 만들려고 하지 마.”

나는 고개를 숙였다. 도윤이 수빈에게 했던 말과 비슷했다. 사람은 남에게 해 준 말을 자기에게는 잘 못 썼다.

새벽 네 시 십 분, 윤 부장이 도착했다. 넥타이가 없었다. 그는 나를 보자 어깨를 잡았다가 손을 내려놨다. 평소처럼 질문을 시작하려다 서연을 보고 멈췄다.

“팀 일은 신경 쓰지 마.”

부장이 말했다.

나는 고맙다고 했다. 그 말이 언제까지 유효한지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수술은 길었다. 정확히 몇 시간이었는지는 기록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내 기억에는 새벽이 끝나지 않았다. 밖이 밝아졌는데도 실내의 시계는 같은 자리를 도는 것 같았다.

어머니가 도착했을 때 나는 일어섰다. 작은 가방 하나를 들고 계셨다. 겉옷 위에 단추를 잘못 잠갔다. 나는 그 단추를 보고 더 말을 못 했다.

“도윤이는?”

어머니가 물었다.

나는 안내판을 가리켰다. 어머니는 글자를 읽고 의자에 앉았다. 울지 않으셨다. 가방 끈을 무릎 위에 곱게 접었다. 옆에 앉은 친척이 물을 권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한참 뒤 어머니가 내 손등을 봤다.

“너도 다쳤구나.”

“저는 괜찮습니다.”

또 그 말을 했다. 이번에는 고치지 못했다.

의사가 나온 것은 아침 여덟 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우리는 동시에 일어났다. 출혈을 잡았고 손상 부위를 치료했다고 했다. 수술은 마쳤지만 당분간 집중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더 지켜봐야 할 부분도 있었다.

어머니가 같은 질문을 두 번 하셨다.

“눈은 뜨겠지요?”

의사는 회복 과정을 설명했다. 쉽고 천천히 말했다. 나는 그 설명이 너무 고마워 이름표를 봤다. 나중에라도 기억하고 싶었다.

수술실 문이 열리고 도윤이 나왔다. 잠든 얼굴이었다. 여러 줄과 기계가 따라왔다. 어머니가 이름을 부르셨다. 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의료진이 지금은 그런 상태라고 설명했다.

나는 그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면서도 무서웠다. 살아 있는 것과 우리가 알던 사람으로 돌아오는 것 사이에, 아직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았는지 몰랐다.


수술이 끝난 날 오후, 병원 직원이 주차 등록을 했느냐고 물었다.

나는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전날 택시로 온 서연의 차가 지하에 있었다. 윤 부장도 자기 차로 왔다. 성호는 회사 차량이었다. 누구의 차량 번호를 적어야 하는지 한참 헤아렸다.

이런 날에도 주차요금은 붙었다. 물을 사야 했고 전화기를 충전해야 했고 누군가는 밥을 먹어야 했다. 큰일이 생기면 작은 일은 멈출 줄 알았다. 실제로는 작은 일이 더 많이 생겼다.

서연은 내가 먹지 않은 샌드위치를 반으로 잘라 내밀었다. 나는 입맛이 없다고 했다. 그녀는 맛있게 먹으라는 뜻이 아니라면서 손에 쥐여 줬다.

어머니도 반쪽을 드셨다. 우리는 서로를 보지 않고 씹었다. 의자 아래 종이봉투가 모였다.

성호가 늦게 도착해 머리를 숙였다. 어머니는 그가 누구인지 듣고 자리 하나를 내주셨다. 그는 괜찮다고 했다. 어머니가 다시 앉으라고 하자 결국 앉았다.

한참 뒤 성호가 내게 작은 비닐봉투를 줬다. 도윤의 지갑과 열쇠, 현장에 떨어져 있던 소지품이었다. 필요한 확인을 거쳐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나는 봉투를 받아 어머니께 설명했다.

열쇠에는 낡은 플라스틱 고리가 달려 있었다. 교육원 수료 기념품이었다. 나도 받았지만 몇 년 전에 잃어버렸다. 도윤은 아직 쓰고 있었다.

“이걸 안 버렸네.”

내가 말했다.

어머니가 고리를 만지셨다.

“멀쩡한 걸 왜 버리냐고 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새것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였다. 한 번 쓰기 시작한 물건은 고장 날 때까지 썼다. 사람도 그렇게 곁에 두는 것인지 생각했다.

오후 늦게 유진이 왔다. 병실에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내게 회사 노트북과 충전기를 전하려고 했다. 나는 받으려다가 멈췄다.

“회사 일은 지금 안 봐도 되겠죠?”

내가 묻자 그녀가 봉투를 다시 당겼다.

“네. 혹시 필요하실까 봐 가져온 건데 제가 가지고 있을게요.”

그녀는 어머니께 인사하고 돌아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누군가의 호의를 거절해도 관계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다.

밤이 되자 서연이 나를 데리고 집으로 갔다. 나는 더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어머니가 먼저 가라고 하셨다. 깨어나면 연락하겠다고 했다.

주차장을 나서며 나는 할인된 요금을 냈다. 차단기가 올라갔다. 너무 평범한 움직임이었다. 그 평범함에 자꾸 화가 났고, 또 그 평범함 덕분에 집에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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