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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악당남은 통화

제13장

남은 통화

동기 모임에서 도윤에게 선물을 보내겠다는 연락이 왔다.

마지막 수정 2026-11-06 · 한 번에 펼쳐 읽기

동기 모임에서 도윤에게 선물을 보내겠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잠깐 보류해 달라고 했다. 요즘 집으로 모르는 물건이 오는 것을 불편해한다고 설명했다. 모임을 주관하던 친구가 알겠다면서도 서운한 기색을 보였다. 좋은 뜻으로 보내는 것인데 왜 그러느냐는 말이었다.

좋은 뜻이라는 말만으로 받는 사람의 상태를 바꿀 수는 없었다. 나는 이번에는 먼저 전화로 의사를 물어보자고 했다. 친구는 그러겠다고 했다.

저녁에 도윤이 내게 물었다.

“네가 애들한테 얘기했냐?”

나는 어디까지 말했는지 설명했다. 불필요한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도윤은 고맙다고 하지 않았다. 누구에게 어디까지 알려졌는지 다시 확인했다.

나는 잠깐 기분이 상했다. 도와주려고 한 일이 또 검토 대상이 됐다.

“네가 불편해할까 봐 그랬어.”

내가 말했다.

도윤은 나를 보았다.

“알아. 그래도 내 얘기니까 먼저 물어봐 줬으면 좋겠어.”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 말은 맞았다. 내가 옳은 판단을 했다고 느끼는 것과 그가 자기 이야기를 정할 권리는 별개였다.

“그건 미안하다.”

내가 말했다.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화해 같지는 않았다. 필요한 부분을 맞춘 것 같았다.

잠깐 뒤 그가 덧붙였다.

“택배 막아 준 건 잘했어.”

나는 웃었다.

“칭찬이 사후 승인 같다.”

그도 웃었다.

며칠 뒤 동기들이 단체 대화방에 짧은 음성메시지를 보냈다. 건강 챙기라는 말, 술 한잔하자는 말,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하라는 말. 도윤은 읽지 않은 메시지가 늘어나는 것을 싫어했지만 그날은 차례로 재생했다.

한 친구가 교육원 때 도윤이 넥타이를 매다 지각한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는 내가 같이 혼났다는 것을 기억했다. 도윤이 나를 보며 말했다.

“너는 웃다가 걸렸잖아.”

“네가 너무 진지하게 지각 사유를 써서.”

우리는 동시에 그 문장을 말했다.

“복장 정리 미숙.”

도윤이 웃었다. 크게 웃은 뒤 표정이 조금 풀렸다. 우리는 오랜 친구들이 있는 대화방에 아무렇지 않은 농담을 하나씩 보냈다.

내가 몰랐던 것은 친구를 돕는 방법이 늘 가까이 붙어 확인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때로는 그를 표창을 받은 사람도 협박받는 사람도 아닌, 넥타이를 못 매던 신입으로 불러 주는 일이었다.

그날 밤 도윤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 동기 한 명이 개인 전화로 걸어 왔다고 했다. 나는 이상하게 안심했다. 그의 밤을 나 혼자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됐다.


수빈이 먼저 알아본 목소리가 있었다.

민재가 사용하던 오래된 음성메시지에는 다른 남자가 옆에서 말을 거는 소리가 들어 있었다. 수빈은 그 사람이 민재와 몇 번 함께 일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이름은 윤재호. 요즘 어떤 현장에 있는지는 몰랐다.

수빈은 그 이름을 우리에게 바로 주지 않았다. 남 형사에게 전달했고, 회사 관련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알게 됐다. 나는 그 순서가 고마웠다. 우리끼리 아는 사람을 찾아 나섰다면 또 누군가를 불편하게 했을 것이다.

재호는 최근 센터의 단기 현장 인력으로 등록돼 있었다. 서민재를 대신해 등록한 것은 아니었다. 본인 신원과 작업 내용은 맞았다. 다만 민재가 그를 통해 일정을 물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회사 안에 사람이 있다는 도윤의 의심은 절반만 맞았다. 회사 직원은 아니었고, 협박에 가담했는지도 아직 알 수 없었다. 누군가는 아는 사람의 부탁이라 생각하고 물어본 말에 대답했을 수 있었다.

그 차이를 두고 우리는 또 다퉜다.

“모르고 했으면 전부 괜찮아?”

도윤이 물었다.

“괜찮다는 말 안 했어. 안다고 치고 다루면 안 된다는 거지.”

“계속 네가 중간에서 완충할 필요 없어.”

“네가 계속 부딪치니까 그렇지.”

말이 끝나고 둘 다 입을 다물었다. 나는 이 사건이 끝나도 우리 다툼은 끝나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남 형사는 재호와 면담한 뒤 필요한 내용을 회사에 확인했다. 재호는 민재에게 강도윤이라는 팀장이 있는지, 센터에서 계속 근무하는지 물었다고 인정했다. 민재는 예전 현장 인연이라고 했고, 사적인 갈등은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공유 일정 사진을 보낸 적도 있었다. 누가 참석하느냐고 물어서 무심코 보냈다고 했다. 재호가 대화를 보존해 제출하면서 연결이 하나 생겼다.

그는 우리 앞에서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 도윤은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그 결정을 존중했다. 사과할 기회를 주는 것까지 피해자의 의무는 아니었다.

우리가 새로 아는 사실은 간단했다. 민재는 다른 사람의 정상적인 일상에 자기 목적을 섞었다. 일 구하는 사람, 옛 동료, 회사를 아는 사람. 얼굴을 바꾼 것이 아니라 설명을 바꿨다.

그날 밤 도윤이 전화를 걸었다.

“사람을 어떻게 믿냐.”

그가 말했다.

나는 지우의 방문을 닫고 거실로 나왔다.

“하나씩 다시 믿어야지.”

“말은 쉽다.”

“응. 해 본 말 아니야.”

도윤은 잠깐 웃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말하지 않았다. 나는 전화를 끊지 않았다. 저쪽에서 냉장고 모터 소리가 났다. 혼자 사는 집의 소리는 비슷했다.

한참 뒤 그가 말했다.

“그날 공원에서 그 여자가 나보고 가라고 했어.”

“누가? 수빈 씨가?”

“경찰 오기 전에. 나한테까지 그러니까 가라고.”

“왜 안 갔는데?”

그는 숨을 내쉬었다.

“걔가 아직 못 갔잖아.”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도윤은 대단한 결심을 말하지 않았다. 사람이 아직 거기 남아 있었다는 사실만 말했다.

통화가 끝난 뒤 서연이 내 옆에 앉았다.

“어때?”

“안 좋아.”

“당신은?”

나는 잠깐 생각했다.

“나도.”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답을 고치지 않았다. 괜찮아질 거라고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도윤은 평소보다 십 분 늦게 출근했다. 병원에 다녀왔다고 했다. 어디가 아프냐고 묻자 잠 때문에 상담받았다고 했다. 팀원들이 잠깐 그를 봤다. 그는 설명을 덧붙이지 않고 컴퓨터를 켰다.

나는 그 십 분이 우리가 며칠 동안 찾아낸 단서보다 값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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