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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잘못된 주소

우리가 처음으로 크게 틀린 것은 주소였다.

마지막 수정 2026-11-06 · 책으로 읽기

우리가 처음으로 크게 틀린 것은 주소였다.

기범을 통해 확인된 민재의 옛 작업장이 있었다. 이미 계약이 끝난 창고였고, 지금은 다른 업체가 쓰고 있었다. 도윤은 그곳이 익명 봉투를 준비한 장소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근처에 비슷한 문서용 봉투를 취급하는 인쇄점도 있었다.

근거는 얇았다. 도윤도 알았다. 그래서 단정하지 않았다. 다만 한번 가서 주변을 보면 생각이 정리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처음에는 반대했다. 그러다 회사에 제출할 시설 변경 확인서 때문에 같은 방향으로 이동할 일이 생겼다. 길을 조금 돌리면 됐다. 우리는 그 ‘조금’이라는 말을 허락처럼 썼다.

남 형사에게는 장소를 확인 중이라는 답을 들은 상태였다. 직접 찾아가 누구를 만나지 말라는 안내도 받았다. 우리는 그냥 지나가 보기만 하자고 했다. 스스로에게 하는 약속은 언제나 느슨했다.

창고 앞에는 아이들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다. 옆 건물이 방과후 돌봄 교실이었다. 우리가 차 안에서 오래 머물자 중년 남자가 나와 무엇을 찾느냐고 물었다.

도윤은 업체 이름을 말했다. 남자는 반년 전에 나갔다고 했다. 이미 알고 있던 답이었다. 그 사실을 다시 들으러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돌아가려는데 창고 안쪽에서 휴대전화 카메라 불빛이 보였다. 도윤이 문을 열었다.

“잠깐.”

내가 팔을 잡았다.

“누가 찍었어.”

“어떻게 알아.”

“봤잖아.”

그는 팔을 뿌리치지 않았지만 문을 닫지도 않았다. 안에서 나온 것은 배송 물품을 찍던 직원이었다. 송장과 상자 상태를 기록하고 있었다. 우리 쪽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도윤은 문을 닫았다.

우리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차 안에 히터 소리가 컸다. 내가 먼저 길 안내를 집으로 바꿨다.

“이런 식으로는 안 돼.”

내가 말했다.

도윤이 창밖을 봤다.

“알아.”

“알면서 왜.”

그는 갑자기 나를 봤다.

“가만있으면 자꾸 다른 데서 터지니까.”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작아서 나는 더 듣게 됐다.

“회사에서 전화 오고, 너한테 문자 오고, 엄마한테 기사 보내 놓고. 집에 있으면 휴대전화만 보게 돼. 뭘 하면 적어도 한 시간은 지나가.”

나는 시동을 끄지 않았다. 도윤은 말을 끝내고 손바닥을 무릎에 비볐다.

“찾는 게 아니라 견디는 거였냐.”

내가 묻자 그는 눈을 감았다.

“둘 다겠지.”

나는 다음 신호에서 차를 세웠다.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서연에게 알렸다. 약속보다 한 시간을 늦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말했다. 서연은 알겠다고 했다. 화가 난 목소리였다.

회사에 돌아와 우리는 남 형사에게 다녀온 사실을 알렸다. 그는 잠깐 말을 멈췄다.

“다음에는 하지 마세요. 새로운 사람이 끼어들면 저희도 상황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혼나는 것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시간을 썼다는 말이 더 부끄러웠다. 나는 죄송하다고 했고 도윤도 같은 말을 했다.

그날 우리가 얻은 단서는 없었다. 잘못된 추측과 낯선 사람의 경계, 서연과의 다툼이 남았다. 소설 속 추적이라면 실패에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현실에서는 기름값이 들고 저녁이 식었다.

집에 돌아와 서연에게 말했다.

“아무것도 못 찾았어.”

“찾았으면 괜찮았을 것 같아?”

나는 신발을 벗다가 멈췄다.

서연은 목소리를 낮췄다.

“당신이 도와주는 건 알아. 그런데 집에 돌아올 사람도 당신이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도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앞으로 움직이기 전에 서로 말하자. 내가 멈추자고 하면 멈추고, 너도 나 멈춰.〉

답장이 왔다.

〈알았다.〉

잠시 뒤 한 줄이 더 왔다.

〈오늘 네가 잡아 줘서 고맙다.〉

나는 그 문장을 서연에게 보여 줬다. 그녀는 읽고 전화기를 돌려줬다.

“다음에는 두 사람 다 먼저 멈춰.”


수빈에게 연락이 온 것은 화요일이었다.

그녀는 민재가 예전에 입던 작업 조끼 사진을 찾았다고 했다. 함께 찍은 사진에서 자기 얼굴은 잘라 냈다. 남은 것은 회색 조끼의 가슴 부분과 민재의 턱이었다.

동우시설지원.

준서가 식당에서 본 이름과 비슷했다. 그러나 회사 이름이 적힌 옷을 입었다고 그 회사 소속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수빈은 이미 남 형사에게 원본을 전달했고, 우리에게는 기억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만 보내도 되는지 먼저 물었다고 했다.

준서는 사진을 오래 봤다.

“이거였던 것 같아요. 확실히 기억나는 건 첫 글자하고 가운데 노란 선이에요.”

우리는 그 말을 그대로 적었다. 확실하다는 말을 더 보태지 않았다.

동우시설지원은 몇 해 전 우리 센터 공사에 참여했던 업체였다. 지금 직접 계약은 없었다. 정태식은 이름을 듣고 오래된 서류 보관 위치를 찾아봤다. 당시 일하던 사람이 몇 명 남아 있는지도 확인했다.

도윤은 서류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두 번 일어났지만 전화를 걸지는 않았다. 나는 그 두 번을 세고 있다는 내 자신이 조금 우스웠다.

서류에는 민재 이름이 있었다. 기간은 열흘. 출입 가능 구역은 지하 반입장과 공사 구역. 사무실 층은 아니었다. 그가 건물 전체를 잘 안다는 말은 과장이었다. 그래도 외부인이 어디까지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는지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남 형사는 해당 업체와 최근 현장 연결을 확인하겠다고 했다. 우리에게는 추측을 직접 관계자들에게 퍼뜨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 우리는 그러겠다고 했다.

그날 오후 수빈과 짧게 통화했다. 그녀는 괜찮냐는 질문에 조금 나아졌다고 했다. 잘 잔 날이 생겼다고 했다. 나는 축하할 일인지 몰라 다행이라고만 말했다.

“강 팀장님은 어때요?”

“잘 못 주무세요.”

내가 대답하자 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다.

“저도 처음에는 제가 예민한 줄 알았어요. 아무도 없는데 자꾸 돌아보니까.”

나는 도윤이 앉은 쪽을 봤다. 그는 유진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펜을 돌리다가 휴대전화가 울리자 펜을 떨어뜨렸다.

“상담받는 곳에서 도움 많이 받았어요. 괜찮으시면, 제가 이용한 곳 이름을 전달해 드릴게요. 결정은 팀장님이 하시고요.”

나는 본인에게 먼저 물어보겠다고 했다.

퇴근 뒤 도윤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 물었다.

“예약 오래 걸린대?”

나는 모른다고 했다. 수빈에게 확인해 보겠다는 말 대신 그가 직접 알아볼 수 있도록 연락처를 받아 전달했다. 그가 더 필요한 것을 고르게 하고 싶었다.

도윤은 화면을 저장했다.

“회사에는…”

그가 말하다 멈췄다.

“네가 말하고 싶은 데까지만 말해.”

내가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차장에서 오래된 회색 조끼를 입은 청소 직원과 마주쳤다. 도윤의 눈이 먼저 갔다가 돌아왔다. 직원이 인사하자 그는 평소보다 크게 인사했다. 나는 그가 미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의 옷을 볼 때마다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는 일이었다.

집에 가는 길에 수빈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답은 짧았다.

〈저도 혼자 해결하는 줄 알았을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나는 그 문장을 오래 읽었다. 그동안 우리는 그 여자를 도윤이 구한 사람이라고 불렀다. 이제는 그녀가 알고 있는 길을 우리가 따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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